[필링을 위한 힐링] #92. 감사합니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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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92. 감사합니다

작성일2017-03-28

얼핏 봐도 병약한 몸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왜소한 몸매, 구부정한 자세.
한 발짝 옮겨놓기가 무겁고 버겁게만 보이는 걸음걸이.
희끗희끗한 머리숱,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꽤나 오래됐음직한 칠 벗겨진 금속 안경테는 거의 바뀌지 않는 초라한 행색에 더해져
이 분의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하고도 남습니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손에 쥐고있다.
사흘에 한 번꼴로 그는 병원을 찾습니다.
이런 지난한 진료 과정도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언제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완치(完治)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이 과정을 그는 그냥 따를 뿐입니다.
병원에서 이제 그만 오십시오, 하지 않으므로.

의사에게 종이쪽지를 건내는 사진

80을 넘긴 나이, 이 분은 개인택시 기사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종합병원, 그 속의 한 사람일 뿐이지만 병원 관계자들도 그를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병원 다닌 지 오래되어서, 나이 들고 초라한 행색의 환자라서…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는 이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비정상이다 싶을 정도로 늘, 한결같이…

조금 늙은 남성분이 차를 운전하고있다.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핸들을 놓지 않을 거라 합니다.
이제 중학생에 불과한 아들 녀석이 있기에.
낳은 자식인지, 들여온 자식인지는 중요치 않아 보입니다.
내가 끝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일을 놓을 수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 일뿐이지만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기술이, 일이 있다는 데 감사할 뿐이라고…
이 분은 그랬습니다.

‘차가운’ 세상 눈으로 보면 이 분은 ‘우려스러운’ 대상입니다. 그 몸으로 택시를?
까다로운 세상은 그에게 ‘넉넉한’ 택시영업을 부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그는 오늘도 핸들을 쥐고 시내를 다니겠지요.
그만의 삶의 의미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처럼 ‘누리기’ 위한 삶이 아니라 ‘지켜내기’ 위한 삶일지언정 그는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다” 합니다.
기약 없는 병원 치료, 어쩌면 이보다 더 기약 없을지도 모를 ‘조금 더 나은 생활에 대한 기대’, 그럼에도 이 분은 지금이 “감사하다” 했습니다.

노인분이 자동차의 핸들을 잡고 있다.

누가 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늘에게 행복을 달라 했더니, 하늘은 내게 감사를 배우라 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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