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35. 맛, 그리고 멋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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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35. 맛, 그리고 멋

작성일2014-11-14

단풍

가을의 깊이를 우리는 대체로 두 군데서 가늠합니다.
하늘을 쳐다보고, 나무를 바라보는 일입니다.

하늘색이 새파랗고 아득할 만큼 높아지면 사람들은 느낍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구나…나무에 단풍 드는 걸 보며 또 확인합니다. 노랗게 빨갛게, 때론 주황빛으로 그렇게 색(色)의 성찬이 뿌려집니다. 말 그대로 울긋불긋한 산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채비를 합니다. 저 색의 향연 속에 들어가 내 몸을 물들이리라.

‘단풍놀이’는 사람의 것이지만 가을 한 철, 산야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사람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은 자연의 베풂입니다. 자연이 가을을 일깨워주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낙엽입니다. 단풍과 낙엽은 계절의 깊이를, 변화를 사람들이 손쉽게 느끼도록 그려냅니다. 아울러 사람들의 취향을 가늠하게 합니다.

이 가을, 단풍은 ‘맛’이 됩니다.
직관적(直觀的)이면서 시각적(視覺的)이며 관능을 자극하는 감각적(感覺的)인 것이기에.
이 가을, 낙엽은 ‘멋’이 됩니다.
관상적(觀賞的)인 분위기에 더해 청각적(聽覺的)이며 정서적(情緖的)인 울림과 여운을 자아내기에.

단풍에 끌리는 사람은 그래서 ‘맛’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낙엽에 마음 두는 사람은 ‘멋’을 소중하게 지키려 합니다.

맛집

우리 주변엔 ‘맛집’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누구 할 것 없이 저마다 맛집 한두 군데 정도는 꿰차고 있습니다.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단지 식욕을 채워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맛있다’는 것은 뱃속의 포만감을 일컫는 게 아니라 머릿속의 즐거움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알음알음으로 찾아간 맛집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때 그 즐거움은 식사 한 끼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살면서 맛집에 많이 집착하게 됩니다. 때로는 이런 집착이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맛집이 ‘멋있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음식 맛의 기준은 대충 객관화 돼 있다보니 변별이 용이합니다. ‘멋’은 낙엽의 그것만큼이나  정서에 의존하는 성질이다 보니 말처럼 분별하기가 그리 명쾌하지는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맛집 구석구석에 ‘홍보성(弘報性) 장식’이 널려 있다면 ‘멋있는’ 곳은 아니란 점입니다. 갖가지 방송 소개물들, 이런저런 사람들의 친필 서명 복사본들… 맛집일 순 있으되 멋있는 곳은 아닌 게지요. ‘멋’은 손님들 입으로 전해지는 ‘본받고 싶은 스토리’여야 합니다.

가을의 멋

맛과 멋. 사람으로 치면 맛은 ‘스펙’이요, 멋은 ‘캐릭터’입니다. 화사한 단풍처럼, 입에 착착 감기는 먹을거리를 내놓는 맛집처럼 스펙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 같은 것입니다. 낙엽 하나하나 그 자체는 볼품없기만 합니다. 수북하게 소리 없이 쌓여야 비로소 면모가 드러나고 그 자태는 멋스러운 풍광을 연출합니다. 캐릭터의 속성이 그러합니다.

스펙은 개인에게 자긍심으로 작용하고 캐릭터는 자존감으로 자리합니다. 단풍이 빚어내는 절경에 묻혀서 가을의 운치를 느끼는 사람은 스펙이란 맛을 즐깁니다. 맛집에서 기대하는 것도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낙엽의 여운에서 가을 정취를 머금는 사람은 캐릭터라는 멋에 끌립니다. 맛집이라면 무릇 멋있는 구석 하나쯤은 있어야 제격이라 여깁니다.

나는 맛인가요, 멋인가요?
이 가을, 내 삶의 목록에 기왕이면 ‘멋있는 맛집’ 하나 올려놓기로 하십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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