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94. 이름은 존재의 다른 표현이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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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94. 이름은 존재의 다른 표현이다

작성일2017-04-25

한 남성이 명함크기의 빈 하얀종이르 들고있다.

누가 이름을 묻거든 “홍길동” 하지 말고, “길동입니다, 홍길동” 합시다.

어찌 듣기는 했지만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기에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에 우선 그렇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그냥 흘려 듣게 하지 말자는 게 다음 이유입니다. 의례적인 통성명에 그치지 말고 서로의 이름에 대해 의미를 물어봅시다. 이름은 단지 문패가 아니라 그 사람이니까요. 이름은 한 사람의 어제 오늘이요, 한 집안의 내력이기도 합니다. 내 일도 아닌데 이름 석 자만 알면 돼, 하기도 하겠지요. 정말 그것뿐인 경우는 대개 명함을 먼저 챙깁니다. 어떤 사람인가보다 뭐하는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에.

이름은 신분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인 것을 환기합시다. 초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들풀도 저마다 이름이 있지요. 그 이름에는 들풀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백리향은 향기 때문에 생긴 이름입니다. 잎을 비비면 나는 향기가 발끝에 밟혀 백 리까지 같이 간다 하여 붙여졌습니다. 엉겅퀴는 피를 엉키게 하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그렇게 이름 지어졌습니다. 삼지구엽초는 세 번 갈라진 가지가 다시 세 번 갈라지고 여기에 9장의 잎이 달린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이 피고 봉오리가 져있는 모습

들풀도 이럴진대 사람 이름이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별 상관 없어도 이름 정도는 반드시 기억해내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몇 명이 되었건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의 이름은 죄다 기억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기억력이 대단하다, 그리 되기까지 공들인 그 사람의 수고나 노력 등에 대한 경탄에 앞서, 다시 보게 됩니다. 그 나름의 연유가 있겠지만 이름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라 여깁니다.

“아, 누구시더라?”보다는 “홍길동 씨죠?”라고 하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게 일반적이겠지요. 적어도 이름 석 자 정도는 그 사람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기도 하니까요.

하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여성의 모습

이름은 불리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존재’가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생기는 게 먼저입니다. 자주 마주칠 일 없는 누군가가 내 이름을 또렷이 기억해낸다는 것은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자존(自存)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듯이 나 자신도 상대방의 자존 지킴이가 되어줄 필요가 있겠지요.

어느 날, 내가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것은 기억력의 자랑이 아니라 그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인정이 됩니다. 이름은 ‘존재’의 다른 표현이기에 그렇습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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