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16. 1984, 2014, 2015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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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16. 1984, 2014, 2015

작성일2015-01-23

“너를 사랑해~”라는 말이나 노래가 금지된다면, 사는 게 어떻게 달라질까요?
미래 영화 <더 기버;기억전달자>는 ‘사랑’이란 단어가 ‘정확한 언어표현’이 아니라며 사용을 금지시킨 미래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스킨십은 물론 섹스도 없는 세상. 시험관을 이용해 출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모범적인 가정에 ‘배정’됩니다. 모든 언행은 24시간 빠짐없이 녹화되고, 언제든 홀로그램으로 재연되는 완벽한 빅브라더 사회가 미래의 모습입니다.

특수임무를 맡은 주인공 조너스는 감정과 본능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몰래 거부하면서, 이성에 대한 사랑에 홀로 눈을 뜹니다. 촘촘하게 정돈된 전나무와 분수로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은폐 공간. 조너스가 여자 친구에게 예고 없이 입을 맞춥니다. 잠시 후 여친이 묻습니다.“이게 뭐야?” “키스라는 거야. 이거 말고 더 많은 게 있어.”

더 기버;기억전달자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속 사람들은 죽음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죽음을 ‘임무 해제’나 ‘상실’이라고 부릅니다. 경계선 안에서 보호 받는 영화의 공동 커뮤니티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전쟁과 대량학살을 일으키지 않도록’ 세계대전으로 재앙을 겪은 뒤 설계됐습니다. 2014년에 개봉된 <더 기버>는 아름다운 영상과는 달리, 80여 년 전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를 떠오르게 합니다.

<1984>에서도 사랑은 금지됐는데요. 남녀 주인공은 비밀아지트에서 금지된 사랑을 나눕니다. 이 때 벽에서 “너희들은 죽었다”라는 음향이 들려오고, 벽에 걸린 대형 액자가 떨어지면서 감춰졌던 감시용 텔레스크린이 등장합니다. ‘사랑 금지’라는 공통점과 달리 소설과 영화의 끝은 차이가 큽니다. <1984>의 주인공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빅브라더’를 존경하는 ‘구성원’으로 거듭납니다. 반면, <더 기버>의 주인공은 경계선 탈옥에 성공해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1984>가 쓰여진 암울했던 1940년대 보다, 금융위기를 극복한 2014년의 시대적 배경이 글쓴이의 희망을 자극한 듯 보입니다.

영화 1984영화 ‘1984’(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2014년 개봉한 한국 영화 한 편을 살펴볼까요?
구청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남성이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초등학교 동창에게 꽃을 건넵니다. “꽃다발 보다 컵라면 한 박스가 더 좋아” 여친의 반응에 충격을 받은 남성은, 물체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동체시력’의 소유자입니다. 매일 2백여 개의 CCTV를 한꺼번에 지켜보며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범인을 추적하며 인정을 받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특유의 동체시력으로 발견한 초등학교 첫사랑. 근무시간 내내 틈틈이 CCTV에서 그녀의 모습을 쫓습니다. 이화로, 혜화로, 창의문로… “CCTV로 종일 나만 보고 있는 거야?” 지난 가을 개봉한 차태현, 남상미 주연의 영화 <슬로우 비디오>입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영화 ‘슬로우 비디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하지만 연인이 아니라 경쟁자나 불법 조직이 나를 CCTV로 지켜보고 있다면 어떨까요? 한국에 설치된 CCTV는 정부 추산만 4백만 대가 넘습니다. 게다가 CCTV 열 대 중 아홉 대 꼴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설치한 것입니다. ‘CCTV 너머 오늘도 당신을 지켜봅니다’ 라는 광고문구의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경찰의 CCTV를 ‘소통의 매개체’로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된 <감시자들>이나 <더 기버> 등 많은 영화에서 CCTV는 ‘감시의 도구’로 묘사됩니다.

특히 미국 국가안보국(NSA)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가 개개인의 SNS와 이메일, 전화내용을 감청해 왔다고 폭로하면서 CCTV를 넘어 여러 디지털기기가 ‘감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생겨났습니다. 여러 인권상과 평화상을 수상하고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됩니다. 아카데미감독상을 수상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각본을 쓴, 아직 제목이 전해지지 않은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 배우 조셉 고든레빗이 맡았다고 MSNBC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CC TV

다시 영화 ‘슬로우 비디오’로 돌아갑니다.
“공무원이니?” “…”
“계약직이구나. 불안하지 않니?”
차태현은 구청 관제센터의 계약직이고, 남상미는 택배회사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비정규직의 애환은 지난 11월 개봉한 영화 <카트>로 이어집니다.
“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요.” 주인공 염정아씨는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정규직이 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성실한 여성입니다. 영화는 갑자기 부당 해고를 당한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들의 동료애와 가족 사랑, 그리고 감정노동의 고통을 그렸습니다.

2015년 현재, 고용불안 속에 힘겹게 지내는 비정규직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1984>나 <더 기버>와는 달리 사랑과 희망은 여전히 행복의 원천입니다. ‘슬로우 비디오’ 관제센터의 뛰어난 계약직 차태현씨가 감시의 도구일 수 있는 CCTV로 ‘카트’ 염정아씨의 눈물을 바라보면서 2014년이 막을 내렸는데요. 눈이 먼 뒤에도 시각장애인 화가로 변신해 사랑에 성공한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처럼, 2015년에도 행운이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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