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18. 인생 수능 ‘연애탐구영역’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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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18. 인생 수능 ‘연애탐구영역’

작성일2015-03-06

지난해 개그콘서트의 ‘연애능력평가’ 코너가 대입 수능이 치러진 지난 11월 막을 내렸습니다. 다른 공중파는 ‘연애고시’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과연 연애도 공부를 해야 잘할 수 있는 것일까요?

※ 다음 지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1~2)

 

여: 오빠, 여기 레스토랑 너무 고급스럽다

남: 응. 들어가자~

여: 잠깐만!

(10분 뒤)

남: 음식 나왔다. 먹자!

여: 잠깐만!

(5분 뒤)

남: 이제 좀 먹자! 냅킨 사진은 왜 찍니?

 

1) 여성이 ‘잠깐만’이라고 두 번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여성이 냅킨 사진을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1)번 정답은 대부분 맞출 수 있어 보입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서겠죠. 이 코너에서는 모두 60장을 촬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번 정답은 쉽지 않은데요. 냅킨에 호텔 이름이 써있기 때문이라는 게 개그맨 정범균 씨가 내놓은 모범답안입니다. 주인공 여성은 SNS에 스테이크와 디저트, 인테리어 사진과 함께 ‘오빠 때문에 다이어트 망침’이라고 올립니다. 노골적인 자랑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망쳤다는 ‘은근한’ 노출 전략과 함께 적잖은 ‘좋아요’를 획득하는데 성공합니다.

개그콘서트 <연애능력평가> 코너는 이 외에도 탐구영역 문제풀이를 통해 ‘썸타는 남녀가 식사비용 5만1천 원이 나왔을 때, 여성이 내야할 금액은?’ 등의 문제를 통해 ‘연애’를 언어나 수리 같이 공부해야 할 탐구영역의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연애능력평가

MBC는 지난해 <연애고시: 연애조난자 구출 프로젝트>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선보였습니다. 연애가 수능의 탐구영역에서 고급 공무원시험인 ‘고시’로 격상된 셈인데요. ‘연애고시’는 연애에 실패하거나 두려워하는 유명인들이 시험을 치르며 ‘솔로 탈출’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출연자들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연애의 팁을 교환하면서 서로의 연애세포를 되살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정규방송 편성에는 실패했습니다. 방송가에서는 연예인과 스타 중심의 캐스팅이 싱글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줄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왔습니다.

요즘에는 ‘연애’보다 ‘썸타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간질간질하되 구질구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의 ’썸타기‘는 여러 명과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배타적 이성관계인 ’연애‘와 다릅니다. ‘썸’은 설레임만 쏙 빼먹고, 언제든 치고 빠져나올 수 있는 불구속의 원칙이 적용되는 남녀관계를 뜻합니다.

썸타는 남녀의 연애를 코칭하는 비즈니스는 스마트폰 앱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텍스트앳’이라는 앱은 남녀가 주고받은 SNS 내용을 분석해 연애 감정 정도를 진단합니다. “감정플레이가 시작돼 썸을 타는 것 같은데, 나만 호감을 느끼는 것일까요?”라는 싱글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이 앱에 이성과의 SNS 내용을 올리면, 분석과 대조를 통해 적절한 처방전을 내 주는 것입니다. 20만여 명의 대화 내용 12억 개를 데이터베이스화 했다는데요.

썸타는 남녀

남녀 대화 내용 분석

여 : 배고파요 ㅠㅠ 남 : 같이 밥먹을래요?ㅋㅋㅋㅋ

분석을 일반화한 결과, “남성은 마음을 준 여성에게는 ‘ㅋ’를 더 붙이고, 여성은 관심 있는 남성에게는 우는 표시인 ‘ㅠ’를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또 자정부터 새벽 두 시까지는 관심 있는 이성과의 SNS가 관심 없는 사람과의 SNS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앱은 이성이 SNS를 보내올 경우, 상대를 설레게 하며 답장을 보내는 가장 좋은 시간은 몇 분 뒤 인지까지 조언해 줍니다.

앱 개발업체와 방송사 외에 정부가 직접 ‘연애장려정책’을 펴는 나라도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1.2명 수준인 싱가포르는 공공기관이 직접 나서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가을 ‘댄스클럽 24시간 영업’을 허용하는 풍속영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명분은 2020년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한 ‘관광객 유치’지만, 미혼자 10명 중 8명꼴로 혼자 살기를 원하고, 젊은 남성의 상당수가 게임 속 가상의 소녀를 선호하는 세태에 따른 대책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본에서는 남성성을 잃고 연애를 포기한 연약한 남자를 뜻하는 초식남(소쇼쿠 단시)이라는 단어가 이미 사전에 등재됐습니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

정부의 연애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자녀 가정’이 일반화되면서 가족보다 ‘나’의 정체성이 강해지고, 타인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혼남녀의 만남도 프로필에 기반한 ‘상호매매 소비주의’ 아래 놓여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非전면적이고 간접적인 인간관계를 손쉽게 맺을 수 있는 SNS의 확산이 개인주의에 돛을 달아 주었습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 속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적잖은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전제한 연애는 이루기 힘든 꿈’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내놓은 신혼부부 주택과 결혼비용 지원 등의 청사진이 힘 있는 정책으로 현실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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