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43. ‘행복’은 ‘두려움’ 너머에 있는 신기루?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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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43. ‘행복’은 ‘두려움’ 너머에 있는 신기루?

작성일2015-03-20

두려움

인생에서 두려움이란 뭘까요? 어느 때 다가오는 걸까요?
두려움에 가장 근접해 있는 단어는 아마 ‘공포(恐怖)’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일상에서 그다지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지요.
공포란,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개인이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일컫기에,
일상에서 이런 경우가 흔하다고 보기엔 좀 그렇겠지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두려움’이라는 달갑잖은 고통을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걱정, 우려, 불안, 조바심…
이런 심적 상태들도 뭉뚱그려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볼 때, 이런 ‘일상적 두려움’의 근원은?
경제력, 인간관계, 건강 등등이 있겠네요. 저마다 농도는 다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경제력’ 문제는 너나없이 안고 있는 과제요,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겁니다.
돈이나 부(富)가 결코 ‘행복의 척도’는 아님을 여러 곳에서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이 무척 다르다는 걸 다들 잘 압니다.
그래서 자조적(自嘲的)으로 내뱉는 말이 있습니다.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돈 좀 맘껏 써 보기나 했으면 여한(餘恨)이 없겠다.”

<행복을 찾아서>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저마다 다르겠습니다.
‘경제력이 한 개인의 삶에, 나아가 그 삶의 행복 여부에 얼마나 깊숙이 작용하는가.’
‘궁핍한 삶은 그 사람에게 두려움, 그 자체다.’
이 영화를 보며,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原題)는 <The Pursuit of Happyness>입니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영화 ‘행복을 찾아서’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소개가 이 글의 목적은 아닌 만큼 필요한 부분만 언급하려 합니다.
크리스 가드너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영화로 그렸습니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가 그 역할을 맡아 열연(熱演)합니다.
크리스는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하나를 둔 가장입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자신의 전 재산을 한 의료기기를 구입하는 데 써 버립니다.
돈벌이가 된다는 판단에 휴대용 골밀도(骨密度) 측정기를 수십 대 사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자충수가 됩니다. 병/의원 방문 판매에 직접 나서보지만 그것은 한물간 의료기기였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어쩌다 한두 대 파는 게 유일한 소득이 됩니다.
결국, 지친 아내는 집을 나가고 남은 두 사람은 점점 궁핍이란 나락(奈落)으로 떨어집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비우고 모텔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길거리로 내몰립니다.
싸구려 유치원에 아들을 맡겨두고 낮에는 유일한 생활 밑천으로 남은 의료기를 팔러 다니고,
해 떨어질 즈음이면 잠자리와 저녁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를 찾습니다.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숙소. 이마저도 선착순이라 어느 때는 교회에서도 밀려납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지하철역 화장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크리스 손에는 하루 내내
그 의료기가 들려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득원이기에…

이런 외판 생활 중에 만난 사람의 권유로 크리스는 투자 유치/중개 관련회사 직원이 됩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무급(無給) 인턴입니다.
그나마도 일정 기간을 거쳐, 인턴 수십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정식 직원이 되는 조건.
낮 동안 고객 유치를 위해 수백 통의 전화와 씨름하고 생활, 아니 생계를 위해 틈을 내어
의료기를 팔러 다니고, 일과를 마치기 무섭게 선착순 무료 숙소에 아들과 달려가는 일상을
‘밥 먹듯’ 반복, 또 반복. – 아니, 이 두 사람에게 ‘밥 먹듯’이란 관용적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한 끼를 채우는 게 당면 과제인 생활이었기에 – 무료 숙소에서 저녁 밥을 먹으면서
정직원 시험 공부를 하는 등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그는 단 한 명, 정식 직원이 됩니다.
회사로부터 채용 통보를 받고, 사람들로 가득한 번화가로 나온 그가 던진 독백(獨白)은
짧은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영화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이 짧은 순간을 저는 ‘행복’이라 부릅니다.”
크리스에게 경제력은 행복의 알파이자 오메가였습니다.
궁핍한 삶은 두려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경제력과 행복

이 사례를 놓고 보면, ‘행복으로 가는 정도(正道)’까지는 아니어도
경제력은 행복 그 언저리에 발 걸쳐놓을 수 있는 방편임을 부인(否認) 못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면서 이런저런 연유로 겪을 수밖에 없는 그 어떤 두려움.
그 두려움을 뿌리칠 수만 있다면 그 아득하고 모호해 보이는
‘행복’이란 신기루가 현실로 다가와줄 법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2월 22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주역’이 된 사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그가 한 말 역시 이런 바탕에서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화 <버드맨>으로,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을 거머쥔 인물입니다.
“인생에서 두려움이란 콘돔과 같다. 벗어 던졌을 때 진짜 즐길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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