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42. 나이 듦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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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42. 나이 듦

작성일2015-03-13

나이 듦
나이 마흔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직장 후배가 불쑥 질문 하나 던졌습니다.
“나이 40이 되면, 정말로 유혹에 초연해지나요?”
뜬금없다 싶어 잠시 멍했습니다.
내가 무슨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도사’도 아닌지라, 처음엔 뜨악한 느낌뿐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이어진 생각.
‘이 친구가 내게서 뭘 캐내고 싶은 게 있나?’
그래서 답변 대신 되레 지르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나이 얘기는 뭐고, 유혹에 흔들리는가 안 그런가는 왜 궁금한 건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후배는 말했습니다.
“우리 나이 마흔이면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른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선배도 그 나이 되니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서요.”
지레짐작했던 제가 무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대충 이렇게 제 생각을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 찬찬히 돌아보진 못 했지만 40줄에 들어서니 왠지 쉽게 흔들리는 경우는 좀 덜한 것 같아. 이게 그런 건가?”
후배의 진지한 태도에 선배 된 입장에서 ‘초 칠’ 수는 없는 노릇.
대답은 이랬지만 그때 질문에 대한 제 속마음은
‘무슨 소리야! 단지 나이가 40인 거지, 내 마음은 아직도 30대야!’였지 싶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에 관한 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이를 감추려 한다’는 것입니다.
한창 젊은 때는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척하고,
어느 정도 나잇살이 들게 되면 한 살이라도 덜 들어 보이려 하는 게 그것입니다.
앞엣것은 남자의 경우가 많고, 뒤엣것은 여성에게 더 해당되는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대체로…

나이듦의 미학

나이가 무슨 ‘인생의 훈장’도 아닌데, 우리는 왜 나이에 집착할까요?
의외로 자신의 나이에 ‘당당한’ 이들도 꽤 있습니다.
“지금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갈파하며 보란 듯이 자신의 나이를 드러내고, 나아가 지금의 자기 모습에 대한 자신감과 자기애(自己愛)를 스스럼없이 보여줍니다.

나이 듦은 생리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갖는 사회적 함의(含意)에 있습니다. 즉, “나이가 몇 살이냐”를 살피게 되는 것은
자연 현상으로 나이 듦을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개인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의미가 더 큽니다.
나이 서른이면 이립(而立),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하고, 쉰 살을 지천명(知天命),
예순이면 이순(耳順)이라 의미 부여한 옛말(논어 ‘위정편’)도 이런 흐름으로 이해합니다.

링컨

예전, 그 어느 날 후배가 제게 불쑥 불혹에 대한 궁금증을 던진 일이 새삼 떠오른 건
다음의 말이 또한 새삼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나이 40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 기억으로는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로 알고 있습니다만,
누가 이 말을 했느냐보다 그 함의가 더 의미 있어 제 머릿속에 여태 남아 있습니다.
내가 여태 어떤 삶을 꾸려왔느냐는, 그 마음의 창인 얼굴에 답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말입니다.
비단 나이 40에만 해당되겠습니까.
그래서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쳐다보며 가끔 되묻습니다.
“지금 너는 네 얼굴에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느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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