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 세상돋보기] #40. 옥자, 토리 그리고 유기견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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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 세상돋보기] #40. 옥자, 토리 그리고 유기견

작성일2017-07-27

“옥자야! 옥자야!… 옥자랑 집으로 돌아갈래요.”

옥자를 찾아 뉴욕 맨해튼 거리를 질주하는 미자가 절규하듯 외칩니다. 2천1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 양의 순수함이 돋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독특한 배급 방식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옥자는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의 유전자 조작 돼지입니다. 할아버지와 사는 강원도 산골소녀인 미자는 옥자를 친동생처럼 여깁니다. 미자는 옥자가 실려 가는 트럭을 향해 주저 없이 몸을 날립니다. 영화에는 유전자가 조작된 수많은 슈퍼돼지들이 나오지만, 옥자만 살아남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할아버지는 미자를 위해 기르던 닭을 잡아 백숙을 만듭니다. 하지만 닭은 반려동물이 아닌 농장동물이고, 닭의 죽음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독-러 정상회담은 반려동물의 등장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고 없이 새까맣고 커다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데리고 등장한 것입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현지 특파원들은 보도했습니다. 푸틴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장소에 또 다른 반려견을 동반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은 ‘개’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대만의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은 고양이 사랑으로 유명합니다. ‘샹샹’과 ‘아차이’ 두 반려묘는 지난해 1월 캐릭터 머리띠의 주인공이 되면서,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의 페이스북은 정치 현안보다 고양이에 관한 글을 쓸 때, ‘좋아요’가 더 많다고 대만 언론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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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견 ‘토리’를 데리고 청와대로 이사를 했습니다. 지구촌 정상들의 반려동물 사랑에 동참한 것입니다. 다른 정상들과의 차이점은 돈을 주고 사거나 선물 받은 ‘분양견’이 아니라, 주인 없는 개를 ‘입양’한 것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가구 수가 전체의 20%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버려진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한 해 국내에 버려지는 유기견은 공식 통계에 잡히는 것만 8만 마리가 넘습니다. 특히 여름휴가를 앞두고 버림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는 분석입니다. 반려동물과 여행을 함께 하기 어렵고, 맡길 곳도 마땅치 않다는 반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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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서글픈 안락사로 숨지는 강아지 중 상당수는 태어날 때도 축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윤을 얹어 거래되는 상품처럼, 분양시장에서 팔리기 위해 속칭 ‘강아지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한 시사프로그램이 강아지공장의 현장 영상을 집중보도하면서 그 잔혹함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북한강변 자라섬에서 반려동물 캠핑 행사가 열렸습니다. 반려견과함께 숙박할 시설이 부족하고, 이동할 수단도 마땅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반려견과 함께 출입할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반려동물의 출입이 자유로운 캠핑이 새로운 돌파구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몸무게에 따라 나뉜 잔디밭 운동장과 ‘반려견 수영장’, 함께 즐기는 버스킹 가수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변을 치우지 않는 주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는 ‘애견보안관제도’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옐로카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작은 강아지 수영장에서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은, 반려견의 물놀이 태도는 주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공을 던져 물로 유인하면, 강아지들이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억지로 물에 넣으면, 무서워서 빨리 밖으로 나오려고 해요”

애완동물학을 가르치는 강성호 교수는 반려가족의 문화가 너무 주인 중심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산책을 할 때, 목줄이 통제의 도구가 아니라 보호와 안내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면서, ‘주인들이 반려동물의 욕구와 기호를 살피는 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국한되던 휴머니즘이 반려동물 사랑으로 확산되는 트렌드는 시작된 듯 보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장의 과실을 반려동물과도 나눌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애완견을 안고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고르는 모습은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농장동물이나 실험동물과는 달리, 반려동물의 생명과 권리가 존중받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 변화로 보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앞두고, 올해는 버려지는 유기견의 숫자가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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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프로필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시시각각 변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세계 속 숨은 이슈와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담아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시각의 메시지를 전하고픈 세상 돋보기의 안형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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