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을 위한 힐링] #93. 이 사람의 여행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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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을 위한 힐링] #93. 이 사람의 여행

작성일2017-04-12

이 사람의 여행은 독특합니다.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한 여행입니다.
‘낯선 곳에서 책읽기’입니다.
여기에 맞춰 스스로 정한 기준도 있습니다.
읽을 책 딱 한 권만 가져간다.
기간은 주말을 이용한 1박2일.
갈 곳은 이 일정에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확보되는 거리.
동반자 없이 오로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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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얼개는 이렇고, 이런 독서 여행길을 한 달에 두 번, 즉 격주로 나섭니다. 계획대로라면 일년에 24번의 자리가 마련되겠지요.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은 바로 다음 여행길로 이어지고, 대개는 이 두 번에 책 한 권은 ‘마스터’합니다.

읽을 책 목록은 권장도서를 참고했습니다. 어느 신문에 실린 ‘각계 명사들이 추천하는 필독서 100권’이 큰 도움이 되었지요. 인문/사회/자연과학/예술 등 비문학에다 소설 같은 문학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아 좀 버거워 보이는 책들도 그는 자신의 독서 여행 목록에 넣기로 했습니다. ‘힘들더라도 두루두루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자. 그게 바로 여행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편견(偏見)’, ‘편식(偏食)’, ‘편중(偏重)’ 하는 이른바 ‘편’자 돌림은 문제가 많지요. 기왕 하기로 한 나만의 이벤트는 그러지 말자,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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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를 실행하자니 약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주말에 읽을 책을 고르고 서점에 나가 해당 책을 사야 합니다. 집 한쪽에 비치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습니다. 1박할 장소도 미리 물색해야겠지요. 거리, 비용 등에다 자신의 여행 목적에 웬만큼 부합되는 곳을 찾습니다. 초기엔 이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번거롭고 용이하지 않아, 괜한 일 벌인다 싶기도 했다네요. 갈등은 생각을 바꾸니 해소되었습니다. “단순화 시키자. 방해 받지 않고 혼자 책 읽고 올 수 있는 곳이면 되고, 안 되면 가서 내가 찾으면 될 일” 한 것이지요. 이 사람, 지금은 이렇게 전합니다.

“매번 흡족한 나들이가 되진 않지만 그래도 좋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그 시간이 독서라는 자양분으로 채워진다는 것, 책 읽기 위해 집이나 도서관이 아닌 낯선 곳으로 ‘여행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스스로 뿌듯해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준비 과정마저 하나의 즐거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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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서루라는 미국인. 소설가이면서, 여행문학의 대가로 지칭되는 모양입니다. 50여 년에 걸쳐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행 관련 글을 써온 그가 사람들에게 조언합니다.

“최고의 여행을 바란다면 ‘혼자’ 가라.”
“어떤 곳이 낙원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면 이내 그곳은 지옥으로 바뀐다.”
“여행 안내서에서 외국인(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을 확인하라. 그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라.”

독서 여행에 나선 ‘이 사람’도 어찌 보면 폴 서루 계열 같습니다. 가을을 비유하는 여러 표현 중에 ‘독서의 계절’이란 게 있지요. 청명한 하늘, 선선한 날씨 등에 빗대어 가을은 책읽기 좋은 때이다, 그런 말로 이해합니다. 책 안 읽는 우리네 풍조를 개탄하는 사람들은 이 표현에 ‘불만’이 많습니다. 일년 사계절 다 놔두고 하필 한 철만 독서 운운 하니, 책을 더 안 읽는 것 아니냐며…

어떻거나, ‘낯선 곳에서 책읽기’ 여행에 나선 그에겐 일년 내내 ‘가을’이 들어차 있겠네요.
그는 ‘마음의 가을’을 스스로 씨 뿌리고 거두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상 프로필

대기업 사보편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좋은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이 일에 재미를 들여 커뮤니케이션 업무 분야에서 오롯이 15년을 일했다. 지금은 잡지 등에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며 그간의 경험과 이력을 반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