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6. 엘시 국립공원 자연온천 & 옐로우 워터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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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6. 엘시 국립공원 자연온천 & 옐로우 워터

작성일2017-11-06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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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4일 차. 캠퍼밴 그리고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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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 일정 중 ‘최고로 재미없는 날’이다. 이동 중에 주유와 점심을 위해 두어 번 설 뿐, 하루 종일 긴 길을 이동해야 한다. 킹스캐년에서 하루 까먹은 일정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달리고 또 달린다. 워낙 먼 거리인 600km 이상을 달려야 하니 오늘은 세 명 모두가 운전을 해야 한다(그동안은 밥장과 내가 주로 오전/오후로 나눠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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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길도 변함없이 쭉 뻗은 직선 도로다. 통신마저도 호주의 넓은 땅을 커버하기는 무리인지 거의 진공 상태에 가깝다. 수많은 강과 호수를 지났지만 모두 바싹 말라 비틀어져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이 건조한 사막 중간 중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지판들이 가끔 있다. ‘홍수 나는 구간(Floodway)’이라는 표지판이다. 지금으로선 전혀 믿어지지 않지만 사막인데도 생명체가 있는 걸 보면 어느 때인가는 비가 오는 모양이다. 길옆에 죽어 있는 캥거루 시체를 보는 일에도 이제 점점 별 느낌이 없어진다.

오늘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료함과의 전투다. 크루즈 컨트롤로 시속 100Km에 맞춰 놓으면 핸들에 팔만 올려놓을 뿐 할 일이 없다. 특이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으니 뇌마저 사용할 일이 없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자 눈꺼풀이 살살 내려온다.

안 돼! 무료함은 졸음을 불러오고, 졸음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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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있는 밥장의 눈이 불면증에 걸려 겨울잠을 설친 곰 마냥 껌벅껌벅 한다. 가끔씩 갓길 밖의 비포장에 바퀴가 걸려 내는 ‘드르륵’ 소리에 잠시 정신을 차리기도 하지만 견디기가 쉽지 않은 게다. 이 상황에서 캠퍼밴이 운전자를 깨워주거나 안전을 담보해 줄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운전자는 보이는 않는 적인 이 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콧구멍을 파기도 하고, 약간은 방정맞게 껌을 씹어보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는 갑자기 클랙슨을 눌러보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가장 상큼하고 좋은 해결책은 다음 운전자와 교대하는 것이다.

우리 1호차의 브레인 밥장이 호주 국가 차원에서 졸음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 3,000km 동안 길옆으로 커다란 사인보드에 장편 만화를 순서대로 놓기
  2. 중간 화장실이나 피크닉 장소에 무인 아이스크림 자판기 설치해놓기

붉은 흰개미 탑

붉은 흰개미 탑

오늘 종일 이동한 데빌즈 마블스에서 마타랑카(Mataranka)까지의 총 거리는 663km였다. 창밖으로 가끔 보이던 붉은 흰개미 탑이 점점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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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 대왕토스트

오늘의 점심, 대왕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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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5일 차. ‘열대의 온천’ 마타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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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그동안 아침 이슬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던 건조한 사막과는 확연히 다르다. 적당한 습도의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마타랑카의 캐러밴 파크는 너무 좋아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각종 아름드리들이 나무들이 시원스레 뻗어 있고, 그 나무 위에서 유황앵무(Sulphur Crested Cockatoo) 떼가 심술스럽게 여행자들의 아침을 깨운다. 독수리 떼가 빙빙 돌고 있는 우리 캠퍼밴 근처로 공작 떼들이 와서 먹을 것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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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70km를 달린 터라 오늘은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무리를 하지 않는 게 맞겠지만 특별한 이곳 마타랑카에는 우리가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열대의 온천’. 한낮에 차문을 열면 헉 소리가 날 만큼 더운 이곳에 온천이 있다. 어제 운전으로 뭉친 어깨와 허리를 풀기에 온천만 한 것이 또 있겠는가? 까짓것 ‘이열치열’이다.

캠핑장에서 불과 2.1km 떨어진 곳에 지도에도 표기되기 힘들 만큼 작은  엘시 국립공원(Elsey National Park)이 있다. 이곳은 팜 트리가 가득한 식물원 같은 분위기이다. 이 작은 공원 안에 온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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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기대를 품고 우리는 온천으로 향했는데,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입구를 지키는 레인저가 길을 막고는 온천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언제 다시 열지도 모른다기에 이유를 물으니, 성질 사나운 VIP께서 납시셨단다. 어제 저녁에 오신 그분이 떠날 때까지 외부인들은 온천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약도 예고도 없이 오신 그분은 바로 크로커다일(Crocodile) 악어이다. 몸길이가 2.5m에 달하는 육중한 몸매의 악어가 온천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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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를 쫓아내고 철망을 쳐서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호주가 나는 더욱 좋아졌다. 애초에 이 온천을 인간이 만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호주 사람들은 이 자연을 원래의 주인이었던 야생동물들과 같이 공유하기로 한 듯하다. 먼 길을 온 여행자들은 아쉽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다행히 젊은 레인저가 약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온천을 추천해준다. 4,500km를 달려온 우리가 겨우 10km를 못 가겠는가? 우리는 엘시 국립공원 다른 쪽에 있는 마타랑카 홈스테드(Mataranka Homestead) 앞 주차장에 캠퍼밴을 세운 후에 이정표를 따라 온천으로 갔다.

엘시 국립공원(Elsey National Park) 자연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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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 국립공원의 숲은 우리가 보던 숲과는 완전히 다르다. 팜 트리의 큰 잎이 썩어 묘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옛날 시골에서 끓이던 소 죽 냄새 같기도 하고, 마리화나 냄새 같기도 한데, 그 숲속에 온천의 근원이 되는 레인보우라는 샘이 있다.

옥색의 맑은 샘에서 콸콸 솟아오른 물은 강으로 흘러간다. 그중 일부가 30m 옆에 있는 풀장으로 들어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온천수가 된다. 물속에 뛰어들었지만 뜨겁지도 않고 청량감도 없는 묘한 느낌이다. 온천수의 온도를 보니 34도, 체온보다 낮은 온천수여서 젖는 느낌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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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름다운 옥색 온천물을 즐겼더니 건조해서 다리와 발등에 하얗게 일어났던 각질이 싹 없어졌다(저녁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 온천은 용암의 열기로 땅속에서 솟아오른 지열 온천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열에 데워진 천연 샘물이었다).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에서의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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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을 마친 우리는 카카두 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남한 면적의 1/5에 해당하는 호주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오후 6시쯤 도착해 국립공원 내 캠프 사이트인 마두갈(Mardugal)에 캠프를 꾸렸다. 지천에 물이 있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에 들어가려 했더니 곳곳마다 ‘크로커다일 조심’ 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물이 있어도 더위를 식힐 수 없는 것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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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지자 밥장이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메뉴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폭염에 캠퍼밴의 물이 40도가 넘는 온수가 되어버려, 삶아낸 국수를 찬물에 행굴 수가 없다. 전기가 없는 캠핑장이라 냉수를 만들 수도 없어 미지근한 물에 국수를 씻었더니 면발이 형편없다. 그동안 세련된 맛과 절제된 소금 사용으로 박수를 받았던 밥장의 명성에 금이 가버렸다.

아무튼 야외 테이블에 비빔국수를 올리고 젓가락을 집는 순간, 귓전에서 앵~ 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있는 물가에서 번식을 했는지, 연필심만 한 모기들이 달려들어 낯선 여행자들을 격하게 반겼다. 팔뚝이며 다리며 정신없이 피를 빨아대는 통에 식사 시간은 아비규환이 돼버렸다. 파탄 나버린 저녁 밥상.

한밤중인데도 30도가 넘는 더위에, 차 안에서 국수를 삶아서인지 설상가상으로 습도까지 높다. 땀이 줄줄 흐른다. 편하게 자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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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집단가출

여행 16일 차. 카카두 국립공원의 아침

끈적이는 습도와 열기에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나무를 쪼아대는 새소리가 머리를 뒤흔들어 잠을 깼다. 새벽까지 독하게 남아 있던 더위는 어딜 가고 뻔뻔스럽게도 아침 숲 속은 쾌적하다. 나무들이 열기와 습기를 품어 들여 새싹을 틔운 후 신선한 공기를 내어놓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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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두 국립공원은 애버리진 뭉구이(Mungguy)족과 빈잉(Binij)족의 몇 만 년에 걸친 삶과 문화가 녹아 있어, 호주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보물이다. 우리가 여행 중인 8~9월은 뜨겁고 건조한 구룽(Gurrung) 시즌이라서 나무와 강, 습지가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연중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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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리진은 폭풍, 쾌적한 기온, 강의 범람, 자연발화같이 변화무쌍한 기후에 맞춰 계절을 6개로 나눠놓았는데, 이곳은 그 속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생명체들로 가득하다. 호주 민물고기의 1/4, 조류의 1/3이 이곳에서 서식하니, 야생동물들의 수도와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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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서도 빌라봉(Billabong)은 생명들의 천국이다. 우기 때에는 강이었다가 건기에는 물길이 끊겨 호수가 되는 빌라봉은 애버리진 언어로 ‘죽은 강’이라는 뜻이다. 건기에 물이 끊겨 호수가 된 빌라봉으로 물을 먹으려는 새들과 악어들, 그 밖의 온갖 동물들이 몰려든다.

옐로우 워터(Yellow Water)에서 크로커다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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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워터 크루즈

우리는 아침 식사 후 캠프장 뒤에 있는 왕복 1km 거리의 작은 빌라봉을 산책했다. 산책 후에는 쿠인다(Cooinda)에 있는 로지에서 카카두 국립공원 입장권(일 인당 $40/ 7일/ 인터넷 구매 가능)을 구매하고 빌라봉으로 가는 옐로우워터(Yellow Water)라는 크루즈를 예약했다. 이 크루즈를 타면 쫓기던 여행 일정에서 벗어나 유유히 새들과 생명체, 그리고 무엇보다 크로커다일 악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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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크루즈는 편편한 바닥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마치 오래된 옛날 버스의 윗부분을 싹둑 자른 후 위에 햇빛 가리개를 달아놓은 듯 심플한 모양이다. 버스와는 다르게 운전사가 배 뒤편에 있는데, 관광객들의 안전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배 바깥으로 팔을 내밀지 말 것’, ‘구명조끼 사용법’ 등의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는데, 만약 물에 빠진다면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둥둥 떠 있다가 악어에게 물리는 것보다, 빨리 육지로 헤엄쳐 나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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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크루즈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며 옐로우워터에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배가 출발하고 30분 정도는 물가 쪽으로 밀집해 있는 오리와 많은 새들, 물 밖 넓은 평원으로는 물소와 야생마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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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 2~3m 정도의 작은 암컷 악어들 몇 마리가 보였다. 표정도 물소리도 하나 없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녀석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놈들은 죽은 통나무가 떠가듯이 서서히,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와서는 먹이를 순식간에 물속으로 끌어들여 익사시킨 후 여유 있게 먹어치우는 괴물들이다. 이곳 먹이사슬의 최정점에서 물고기나 새들은 물론 돼지, 물소, 말, 심지어는 사람까지 잡아먹는 흉포한 녀석들이다. 실제로 매년 몇 건씩 크로커다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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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잘 알아서인지 물 위를 평화롭게 노니는 오리와 새들은 단 한 마리도 없고, 모두 물가에만 모여 있다. 1시간 정도 지난 후 결국 수컷 크로커다일을 찾았다. 이곳 옐로우워터 빌라봉을 호령하는 ‘맥시’라는 이름의 크로커다일이다. 크기는 4.5m, 공격적이고 대담해서 더 큰 수컷들조차 쫓아내고 이곳의 모든 암컷을 차지한 녀석이라고 한다. 이놈은 우리 배 옆으로 다가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시위를 하는 것 같다.

“여긴 내 구역이야. 불만 있는 놈은 배에서 나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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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안 바다 크로커다일(Australian Saltwater Crocodiles)은 호주 최강의 포식자이다. 호주 북부의 바다는 물론, 강 하구와 상류까지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서식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충류로 큰 수놈은 길이가 6~7m, 무게는 1,000kg이 넘는다. 수명은 사람과 비슷하게 70년 정도이다. 번식은 보통 암컷이 10~12년, 수컷이 16년이 되면 가능하지만 실제로 2세를 만들 정도로 살아남는 경우는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알의 온도가 30도 이하이면 태어나는 새끼가 암컷이 되고, 32도 이상이면 수컷이 된다는 사실이다.

안방방 갤러리(Anbangbang Gallery)의 암각화

점심 식사 이후 우리는 6,000~20,000년 전 애버리진 원주민이 살던 바위로 둘러싸인 천연 셸터로 벽화를 보러 갔다. 그 옛날 이 지역을 호령하던 맹주의 집이었을 법한 이곳은 신의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만약 사람이 만들었다면 이처럼 완벽히 보존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허허벌판 사막에서 맹렬한 땡볕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위틈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최신 에어컨디셔너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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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수리할 필요도, 담장이 무너질 일도 없는 이 바위 셸터에서 저녁에 모닥불을 피워 낮에 잡은 캥거루와 자라 고기를 종잇장 같은 나무껍질에 싸서 구워 먹으면 절로 신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의식 저 너머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분께 감사하면서 잠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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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대지의 온기가 식어 움츠러들면 모닥불을 다시 켜고 몸을 덥힌 후에 떠오른 영감. 그 영감들을 표현한 그림들이 최근에 발견된 안방방 그림과 눌랜지 바위(Nourlangie Rock)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변의 암석을 갈아 색을 입힌 이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은 애버리진의 내면과 시간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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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 여행 잠자리에 대한 TIP

캠퍼밴은 법적으로 주정차가 금지되어 있거나, 캠핑이 금지되어 있는 곳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잘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반면에 물을 채우고, 오수를 버리고, 변기통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움직이는 오아시스가 되어 사막 한가운데를 여행할 수도 있지만 지정된 곳에서 물과 연료를 공급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캠퍼밴 여행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활용할 것.

① 캐러밴 파크 혹은 홀리데이 파크

캠퍼밴 여행을 위한 모든 지원과 부대시설이 있는 곳. 물론 유료로 일 인당 15~20AU$이다. 캠퍼밴에 식수 호스와 오수 파이프를 연결하고, 전기선을 연결하면 집처럼 전기와 물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식기도 깨끗하게 설거지할 수 있고, 샤워도 문제가 없다.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는 물론 전원 콘센트도 사용 가능해서, 카메라나 노트북 등도 충전할 수 있다. 1AU$짜리 동전을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 화장실, 샤워장, 공동 부엌 그리고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빨래, 대청소, 면도하기 등 밀린 일들을 해결하며 캠퍼밴은 물론 몸과 마음까지 충전한다. 보조 배터리도 충전해두면 좋다.

② 캠프 사이트

국립공원 혹은 주 도로 옆의 휴식공간(Rest Area)을 말한다. 보통 화장실이나 고정된 피크닉 테이블이 제공되며 가격은 저렴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 캠퍼밴에는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어 USB로 스마트폰이나 카메라 등 작은 전기 제품의 충전과 220볼트 인버터가 있을 경우 노트북도 충전 가능하지만 전기 소모 용량이 큰 에어컨디셔너와 전자레인지는 사용할 수 없다. 주변에 다른 캠퍼밴이나 모토홈 혹은 텐트족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10시 이후에는 절대 정숙해야 한다.

③ 노숙

뱀이나 전갈 등의 독충이 있다는 점과,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범죄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등의 몇 가지 위험을 감수한다면, 호주 캠퍼밴 여행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장점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우리만의 캠프를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한 곳에 땅을 파고 작은 모닥불을 피워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광활한 대지와 우주를 품에 안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집단가출을 한 우리는 의자를 불규칙하게 늘어놓고 저녁놀을 보며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와 다르게 이 시간만큼은 경건하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영감 넘치는 시간이다. 고요함이 넘치는 이 분위기는 보통 정용권 사진작가의 셔터 소리로 막을 내린다.

호주에는 이런 곳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2시간 정도마다 찾을 수 있다. 나는 주로 내비게이션이나 앱을 이용했는데, 주유소, 슈퍼마켓, 캠프 사이트, 덤프 사이트 등 캠핑 여행자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잘 표시하고 있는 앱이 있다. 호주 아웃백 여행을 하려는 여행자에게는 생명과 같은 앱으로, 큰 도움이 된다.

허영만 집단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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