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7. 플로렌스 폭포 수영, 보압나무와의 대화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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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7. 플로렌스 폭포 수영, 보압나무와의 대화

작성일2017-11-16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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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8일 차. 다윈(DARWIN)에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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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다만 우리가 대부분의 역할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잘 모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건강하게 경쟁하고, 화합하고, 어우러져 사는 곳. 그런 면에서 다윈은 내가 아는 한 호주 최고의 다양성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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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무 뜨겁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군에게 폭격을 당했고, 초대형 태풍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덮쳐 도시 전체가 없어질 뻔하기도 했다. 골드러시 때는 중국인이 대거 몰려왔고, 월남의 보트피플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사람들까지 모여든 곳이다. 이렇다 보니 초창기의 다윈은 사연 많고 팔자 사나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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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의 다윈은 어려운 과거를 딛고 호주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 구성을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도시가 되었다. 여러 인종 중에서도 약 10%의 아시아인과 10%의 애버리진이 있어 마치 삶은 국수 위의 고명처럼 이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그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민딜 비치 선셋 마켓(Mindil Beach Sunset Market)이다. 1,400km 밖에 떨어져 있던 앨리스스프링스의 캐러밴 파크 관리자가 추천해 준 민딜 비치 선셋 마켓은 뜻밖의 광경을 선사했다.

민딜 비치 선셋 마켓(Mindil Beach Sunset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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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 도시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깜짝 놀란 허영만 화백의 말처럼 14만 다윈 인구의 1/10은 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천막으로 만들어진 손바닥만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듯, 아닌 듯 그 삐뚤빼뚤한 질서가 흥미롭다. 흥정을 잘하면 반값에 살 것 같은 푸근함도 있는가 하면 바가지 쓸 것 같은 긴장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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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기다리는 물건들은 애버리진의 악기인 디저리두부터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발바닥 각질제거 화장품까지, 없는 게 없다. 대형 마트의 MD가 추천하는 세련되고 잘 나가는 제품들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얼토당토 않는 제품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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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년 남자는 도시의 성인숍에나 있을 법한 채찍을 휘둘러 ‘피잉’ 하는 소닉붐을 만들어 매고 그 옆으로 벌써 취기가 오른 애버리진 할아버지 두 분이 부메랑을 팔면서 노래를 하고 있다. 트럭 캔버스 천을 잘라 만든 모자가 마음에 들어 나도 하나 샀다. 그밖에도 점을 보는 집, 태국 마사지를 하는 곳 등이 모여 있어 마켓은 늘 활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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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역시 시장의 핵심은 먹을거리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사는 도시답게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홍콩, 중국, 라오스, 티모르, 인도, 호주, 베트남, 이태리, 스페인, 그 밖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까지 있어 그야말로 푸드 천국이다. 워낙 더운 곳이라 음식의 간이 좀 짜기는 했지만 우리가 먹어본 음식들 모두 먹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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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왁자지껄한 이곳의 무질서에도 최소한의 규칙이 있다. 스스로 확신이 있는 물건을 선보일 것, 이웃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의 제품과 경쟁할 것, 그리고 누구나 입점해서 자신의 물건을 선보일 수 있게 할 것 등이 그것이 아닐까. 이런 자유로움과 소박함이 모여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어쩌면 이 곳이야말로 세계인이 배워야 할 미래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 ‘민딜 비치 선셋 마켓’은 행복하다.

여행 19일 차. 리치필드 천국에 가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는 서호주 쪽으로 연결되는 1번 도로와 앨리스스프링스로 가는 87번 도로의 갈림길에 있는 캐서린(Katherine)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천국’이 있다. 바로 리치필드 국립공원(Litchfield National Par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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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테리토리 중부에서부터 간간이 보이던 작은 흰개미 탑들이 북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커지더니, 리치필드 국립공원에 이르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최고 규모의 탑을 볼 수 있었다. 높이 5m는 쉽게 넘길 만한 흰개미 탑이 사방에 산재해 있는데, 모든 탑이 나침반 바늘처럼 남북 방향으로 길게 만들어져 있다. 탑의 방향이 잘못되어 해를 정면으로 마주하면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의해 탑 자체가 거대한 오븐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흰개미들은 해와 평행한 남북 방향으로 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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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폭포(Florence Falls)

우리는 리치필드 국립공원 내의 플로렌스 폭포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폭포로 가는 길은 500m 정도의 짧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폭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위에 섰다. 폭포 아래에는 제법 넓은 물웅덩이가 있는데, 그 안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드디어 자연 속에서 수영이 가능한 물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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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봤을 때는 비키니를 입은 두 명의 여성만 보였는데, 내려오니까 제법 많은 30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물가에서 구경만 하고 있고, 절반은 물속에 있다. 위에서 보던 것보다 제법 커서 50m 정도의 지름에 중앙 부분의 물은 검게 그늘져 있어, 깊이도 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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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은 투명하고 바닥에는 녹색 이끼가 약간 끼어 있어 에메랄드빛을 띤다. 양쪽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아 소음이 거의 없이 포말로 부서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물가에는 사람들이 입수하기 쉽도록 간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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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을 벗어 던지고 몸을 던져 풍덩 뛰어들어 헤엄쳐 물웅덩이 중앙으로 갔다.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갑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계곡물 정도의 딱 알맞은 청량감이다. 물 위에 가만히 누우니 동그란 하늘에 절반은 폭포와 절벽이, 나머지 절반은 숲이 채워진다. 이 열사의 땅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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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티 그런터(Sooty Grunter)

몸을 충분히 식히고 얕은 쪽의 바위로 헤엄쳐 나오는데 눈 앞에서 검은 물체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20~35cm 정도의 검은 물체는 이곳에 사는 토종 민물고기 수티 그런터(Sooty Grunter)라고 한다. 이 놈들은 약 40마리가 이곳에 사는데 전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법을 따로 배운 것처럼 살랑살랑 손에 잡힐 듯 말 듯 노닌다. 이 작은 소에 이렇게 큰 고기가 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플로렌스 폭포(Florence Falls)는 내가 경험한 가장 완벽한 수영 장소다. 폭포의 수량이 많아지는 우기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적당한 수온에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숲과 깨끗한 물, 그리고 함께 놀 수 있는 물고기까지…… 게다가 크로커다일 악어도 없다. 떠나지 않고 계속 여기 머물고 싶다.

* 리치필드 국립공원에는 왕기 폭포(Wangi Falls), 샌디 크릭 폭포 (Sandy Creek Falls) 등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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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일 차.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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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행은 이동시간이 참 길다. 다행히 영만 형님과 밥장이 운전을 많이 해줘서 덜 힘들었다. 캠퍼밴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드넓은 호주 평원을 바라보다 문득 ‘여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행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삶이 어쩌면 여행이지 않을까?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겨우 젖 빠는 능력만 갖고 태어난 인간이 젖을 뗀 후부터 걸음마를 배우고, 뜀박질을 하게 되는 과정에도 수많은 반복과 눈물, 그리고 박수와 격려가 있다. 이 뿐이겠는가? 수영을 하는 것, 클라리넷을 부는 것, 캠퍼밴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 것까지, 모두 그냥 얻어진 것은 없다. 아무튼, 나 역시 태어난 순간부터 나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멀고도 고단한 여행을 시작한 셈이다.

이번 호주 여행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의 1/3 동안 자고, 낮의 대부분은 운전을 하거나 밥 먹고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 화장실, 기타 일상으로 시간을 쓴다. 아마 여행 그 자체에 쓰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맞이하는 평범해 보이는 이 일상은 사실 평범하지 않다. 평소에는 아내가 해주던 음식, 설거지, 빨래, 심지어 망고 써는 일까지 모두 내가 다 해야 한다. 그러고도 집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늦잠까지 포기해야 한다. 평소에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 사소한 습관 때문에 멤버들과 작은 충돌이라도 생기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살았는지 의심도 해본다. 무더운 더위에 파리와 모기에 시달리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불편한 여행을 우리는 왜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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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행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긴 고생 끝에 잠시 맛보는 감동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 인생도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내 집, 틀면 무한정으로 나오는 온수와 때가 되면 먹을 수 있는 저녁밥, 저절로 깨끗해지는 부엌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사하는 것에 대해 오롯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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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1일 차. 보압(Boab) 나무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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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테리토리 주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경계가 5km 정도 남겨진 작은 국립공원에서 아침을 맞았다. 우리는 곧 타임머신을 타게 된다.

우리 1호 차의 아침식사가 오늘따라 과하다. 평소엔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은 폐가 위장에 눌려 숨이 가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양파 여러 개를 넣은 크림수프 한 솥, 망고 8개, 그리고 귤 대여섯 개까지. 이런 아침식사에 보더 브렉퍼스트(Border Breakfast)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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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는 다른 주에 비해 농축산물의 검역이 철저하다. 야채, 과일, 고기 등 모든 식품은 경계를 넘기 전에 모두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아 있던 음식물을 모두 뱃속에 넣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남은 음식은 결국 주 검문소에서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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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테리토리 주 기준 오전 9시 10분에 1번 도로의 소박한 검문소 앞에 왔는데 작은 승합차가 한 대 있을 뿐 검문소는 뜸하다. 승합차가 가고 나자 검문소 직원 두 명이 우리에게 걸어왔고, 우리는 먹다 먹다 도저히 못 먹고 남긴 귤 몇 개와 사과 몇 개를 박스에 넣어 자진 신고했다. 정중하게 직원이 들어와 냉장고 검사를 하고는 바로 통과. 검역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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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얻은 시간 보너스는 무려 1시간 30분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로 넘어온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45분, 타임머신을 탄 것만 같다. 검문소를 지나 서쪽으로 달리자 갈수록 보압 나무들의 밑동이 점점 두꺼워진다. 점심 먹으러 정차한 로드하우스 옆 공터에 커다란 보압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쉿~! 지금부터 하는 내 이야기는 여러분께만 드리는 귓속말이다. 믿건 안 믿건 여러분의 자유지만 나는 그 보압 나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분이 뭐라든 상관없다. 난 보압 나무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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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보압나무

먼저 내가 만난 보압 나무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그는 1,500살이 넘었으며, 호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생명체이다. 아주아주 먼 옛날 호주 땅이 아프리카와 붙어 있다가 두 개로 떨어지면서 그의 조상은 형제인 바오밥(Baobab) 나무와 멀어져 지금의 보압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아프리카에 있는 바오밥 나무의 학명은 이명법으로 Adansonia Digitata, 호주 북서부의 보압 나무의 학명은 Adansonia Gregorii 이다. 즉 Andansonia라는 같은 속이며 종만 다르다.)

긴 세월을 지내다 보니 많은 일을 겪었다. 최소 2000번 이상의 들불을 견뎠고, 큰불에 주변의 친구들이 죽는 바람에 절망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 나는 싹들을 격려하느라 절망할 틈도 없었다.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80번 이상 번개를 맞아 멋진 대칭형이었던 모습이 지금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울어지면서 번개를 맞지 않았다고 한다. 800년 전의 대홍수 때는 뿌리가 뽑혀 넘어질 지경이었지만, 뿌리에 엉켜 있던 큰 바위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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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장 행복했을 때를 그려 보면 지금도 웃음이 난단다.

“뿌리 밑동 구멍에 고아나(Goana) 가족이 5대에 걸쳐 살아가고 있었고, 나뭇가지 끝에는 벌집이 있었고, 가지 끝에는 대식가인 거미집이 있어서 거기서 떨어지는 곤충 껍데기가 많은 양분이 되었어. 주변에 흰개미 탑 6개가 있었던 시절에는 그 많은 대식구들 덕분에 하루도 웃지 않는 날이 없었지. 들불이 나서 모두에게 위험이 닥치면 많은 동물들이 흰개미 탑 밑의 구멍으로 대피했고, 살아남은 친구들은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했어. 그중 고아나 가족은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어. 진지한 척 잘 웃지 않는 녀석들이었지만, 주위의 개구리들에게까지 정겹게 대해주었어. 배가 고파 개구리를 잡아먹으면서도 늘 고마움을 잊지 않았어.

매년 찾아오는 가장 행복한 시간, 즉 가뭄이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면 나는 내 몸통에 물을 가득 채워놓지. 나는 주변 어느 생명체보다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거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을 때가 난 제일 행복해. 물을 많이 모아서 행복한 게 아니야. 주변이 말라 어디서도 물을 찾을 수 없을 때면 모두 내게 오거든. 그때에는 모두 나를 찾아와 그렇게 기뻐하고 행복해 할 수가 없어. 난 그들의 웃음이 좋아.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나는 호주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많은 물을 가장 신선하게, 오래 저장할 수 있게 되었지.”

나는 그런 보압 나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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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압 씨는 내가 아는 한 호주에서 제일 멋져요. 1500년 동안 한결같이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 큰 불과 번개를 견뎌낸 끈기, 물을 저장해 목마른 생명에게 나누는 당신에게 반했어요.”

그러자 보압 나무는 말했다.

“난 사실 아무것도 아니란다. 150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성실히 비춰줬던 햇빛이 없었다면, 갈증이 극에 달할 무렵이 되면 찾아와 내 몸 가득 물을 채워준 비구름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불에 자신을 태워 자양분이 된 주변 나무와 풀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하다못해 내 뿌리를 베고 자고 일어난 애버리진 친구들이 싸준 소변도 도움이 되었지.

가지에 앉았던 새들은 먼 곳의 지혜를 들려줬고, 흰개미들은 근처의 비밀스러운 소문을 알려 줬어.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저 작은 ‘씨앗’에 불과했을 거야. 세상의 모든 생명은 크든 작든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작은 씨앗이나 알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래서 우리는 서로 소중한 친구이고 생명을 가진 동등한 존재인 거야.”

이 특별한 20여 분의 대화를 마치자 보압 나무는 다시 잠이 들었고, 우기가 시작되는 1월까지는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25시간 30분의 긴 하루가 지났다. 보너스로 받은 1시간 30분뿐만 아니라 20여 분의 짧지만 긴 보압 나무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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