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8.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벙글벙글’과 인도양의 일몰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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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8. 푸눌룰루 국립공원의 ‘벙글벙글’과 인도양의 일몰

작성일2017-12-06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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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2일 차. 결국, 벙글벙글(Bungle Bungles Range)에 가다

푸눌룰루 국립공원(Purnululu National Park)은 여행자에게 ‘거의’ 완벽하게 매혹적인 곳이다. 서울의 4배인 넓이 2,400㎢의 엄청난 크기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으며 비교할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친근감 있는 우리말 ‘싱글벙글’을 연상시키는 동글동글한 봉우리 모양으로 ‘사암(모래 바위)’이라는 뜻의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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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눌룰루 국립공원(Purnululu National Park)

그런데 이토록 멋진 이곳의 방문자가 1년에 고작 27,000명 안팎에 불과하단다. 왜일까? 푸눌룰루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데는 두 가지 큰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푸눌룰루 국립공원은 4월~11월까지의 건기 동안만 오픈하는데, 정확한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의 상황에 따라 개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1번 도로로부터 비포장도로를 53km 더 달려야 국립공원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53km의 비포장도로가 악명이 높다. 다리가 없는 강물을 몇 번이나 건너야 하고, 진흙 뻘을 건너야 하는 데다 꼬불꼬불한 노면 상태도 최악이다. 길의 컨디션이 이렇다 보니 캠퍼밴은커녕 승용차로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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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이 반항아적인 우리 팀의 기질에 불을 댕겼다.

“언제 여기에 다시 올 기회가 오겠냐”라는 생각과 “과연 얼마나 멋있기에”라는 두 가지 유혹에 우리는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결국, 거액을 지불하고라도 가기로 한 것이다. 푸눌룰루로 들어가는 차는 4륜 구동 트럭을 개조해 만든 트럭형 버스인데, 세련되거나 안락한 승객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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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출발하여 오후 4시 30분에 돌아오는 투어 차량은 열리지 않는 창문에 투박한 미끄럼 방지용 금속 패널이 바닥에 깔려 있고, 이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잔무늬의 좌석 33개가 따닥따닥 붙어 있다. 요금은 차량의 상태에 비해서는 몹시 비싼, 1인당 315AU$이지만 푸눌룰루의 벙글벙글 레인지를 걷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예산에도 없던 총 1,680AU$를(단체 할인을 받아 1인당 280AU$로) 지불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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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수즈(ISUZU)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특수 차량에 좌석을 올려 무게중심이 높아진 탓에, 좌우로 흔들림이 엄청나다. 창문 가까이에 머리를 대고 외부를 보다가 두 번이나 눈두덩을 부딪히기도 했다. 작은 돌 하나에도 엉덩이가 얼얼한데, 가끔 큰 돌을 넘을 때면 허리가 아플 정도로 충격도 세다. 바닥의 틈새로 올라오는 먼지와 소음, 창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볕에 에어컨디셔너의 찬바람도 시원하지 않다. 애초부터 트럭을 개조한 차량이라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견디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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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3km 떨어진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가는 데 2시간이 소요되었다. 화장실과 기념품을 사기 위해 잠시 휴식하려고 차에서 내리니 마치 2시간 동안 놀이기구를 타다가 내린 기분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최면을 건 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45분을 이동하여 우리는 드디어 벙글벙글 레인지인 피카니니(Piccaninny)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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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렸던 위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해 편치 않았던 속이 가로 줄무늬의 둥그런 바위들이 나타나자 멀미 기운을 잊어버린다. 사진으로는 아담한 사이즈로 보였는데, 실제 모습은 어마어마하다. 하나의 대륙이 그대로 한 나라인 호주에서, 우리가 들렀던 울룰루, 카타추타 등 모든 곳의 볼거리가 언제나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벙글벙글은 철 성분이 많은 붉은 띠와 말류가 덮여 있는 검은 띠가 반복적으로 층을 지어, 마치 우주인들이 살고 있는 복합 주택처럼 생긴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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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회사에서 간단한 모닝 티를 제공했다. 커피와 함께 제공된 과자가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걷게 될 트랙은 피카니니 지역의 전망대와 캐시드랄 협곡(Cathedral Gorge)이다. 길은 숲을 지나 피카니니 지류(Piccaninny Creek)가 흘렀던 마른 모래 위쪽 바위로 이어진다. 좌우로 서 있는 바위들이 산 위에 층층이 있는 모양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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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넘자 강렬한 태양이 본격적으로 지표면을 덥히기 시작한다. 피부가 마르고 살갗이 따갑다. 호주 정부는 이곳 사막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경우에도 1시간에 1리터의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다. 움직일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마셔야 하는데, 가능하면 갈증이 나기 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에서는 물 취급도 받지 못 할, 30도가 넘는 미지근한 물이 벌컥벌컥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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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워낙 크다 보니 내부에서의 이동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간단한 점심 식사 후 1시간을 이동해 간 곳은 호주의 커다란 고슴도치인 이키드나(Echidna)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키드나 지역이다. 벙글벙글 레인지의 북쪽에 있는 곳으로, 암질이나 풍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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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니니 지역의 바위는 주로 사암인 데 반해, 이곳은 역암(Conglomerate: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와 굳어져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직벽 사이의 좁은 틈인 200m 깊이의 캐즘(Chasm)으로 이루어진 통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깊고 좁다. 이곳을 키드나 캐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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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햇빛이 비치지 않아 어둡지만 하늘에서부터 퍼져 내려오는 빛이 주는 아름다움이 이곳의 포인트다. 게다가 캐즘 사이는 외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낮은 온도와 쉴 새 없이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이 환상적인 휴식처에서 나가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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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가 끝나고 캐러밴 파크로 되돌아오는 2시간. 소음, 먼지, 덜컹거림, 멀미에다 오후의 한층 더 강렬한 무더위까지 함께 태우고 캠퍼밴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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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아웃백의 아이콘, 로드 트레인

아웃백의 쭉 뻗은 직선도로와 지평선이 만나는 소실점은 호주 여행에서 내가 기억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 될 것 같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캥거루보다 훨씬 더 호주를 잘 나타내는 풍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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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웃백에는 상상도 못할 특별한 차가 다닌다. 바로 ‘로드 트레인(Road Train)’이다. 로드 트레인이란 기차가 아니라 화물차인데, 큰 것들은 100개가 넘는 바퀴를 달고 있기도 하고, 보통 2~3개의 트레일러를 추가로 달고 다니며 길이가 53m, 무게는 약 80~120톤에 달하기도 한다.

아웃백의 도로처럼 직선도로가 많다는 것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특수 차량으로, 역시 19세기 중반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 현재는 멕시코, 캐나다, 미국과 같이 땅이 크고 직선도로가 많은 나라에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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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처럼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이놈들을 도로에서 마주치면 마치 영화 ≪매드 맥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철골로 만든 특수 범퍼를 앞쪽에 달고 내달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위협적인데, 이것은 소나 캥거루가 부딪힐 경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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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을 운전하다 보면 이런 로드 트레인을 하루에 몇 번씩 만나게 되는데, 좁은 다리에서 마주치면 우리 캠퍼밴이 휘청거린다. 50m가 넘는 몸체에도 제법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캠퍼밴으로 추월하는 건 일찌감치 포 기하는 것이 좋다. 꼭 추월을 하고 싶다면 최소 1~2㎞ 이상의 직선도로에서 안전이 확보된 경우에만 시도해볼 수 있다.

호주에서 로드 트레인은 없어서는 안 될 주요 물류 운송수단이다. 인구 밀도가 낮고 비행장이 아예 없는 중앙 사막의 애버리진 마을들의 경우는 거의 모든 물품을 로드 트레인에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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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휴게소에서 만난 로드 트레인 운전사의 양해를 얻어 내부를 둘러보았다. 운전용 좌석에 앉아보니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과 압소바(완충장치)가 달려 있어 생각보다 훨씬 안락했다. 거대한 트럭 외관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운전석 뒤쪽으로는 뒷좌석 대신 푹신한 침대가 놓여 있다. 장거리 운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루 열네 시간 이상의 운전은 법적으로 규제되어 있으며, 로드 트레인 운전사들은 보통 열두 시간 정도 일을 하고 일일 평균 4AU$50~500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이 정도 보수는 호주에서도 꽤 많은 편이다.

로드 트레인 운전자 잭 존슨 씨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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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존슨(Jack Johnson)

ㆍ쿠누누라(Kununurra) 거주, 두 딸의 아빠

ㆍTruck 제원

ㆍModel : Western Star 6900

ㆍEngine : Cummins E5 (550마력/배기량 15,000cc)

ㆍ견인 능력 : 160톤

ㆍ연료통 크기 : 1,600리터 (디젤)

Q. 로드 트레인으로 주로 뭘 옮기나?
별거 별거 다 옮긴다. 기계류, 연료, 소, 양, 식품 등 싣고 옮길 수 있는 건 다 옮긴다. 소나 양이 탔을 경우에는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급브레이크는 안 된다. 조금 미끄러지는 것만으로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Q. 만약에 고장이 나면 어떻게 되나?
고장이 나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무전으로 연락하면 전문 기술자가 와서 수리한다. 예전에는 통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방법이 없어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기다리면 된다.

Q. 로드 트레인 운전사로서 보람은?
고되지만 한마디로 멋진 일이다. 우리는 호주 전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삶을 전하는 메신저이다. 아웃백에 우리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아웃백의 아이콘이다. 그리고 돈도 많이 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여행 잘해라. Bye 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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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출신 잭의 표정에 웃음기는 없었으나 친절했다. 우리도 열흘이 넘도록 아웃백 지역에서 운전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원할 때 쉬고, 자고, 동료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잭은 이 커다란 로드 트레인에서 말벗 하나 없이 외로이 핸들을 잡고 정해진 곳까지 종일 운전만 해야 한다.

때론 음악을 크게 틀어 외로움을 달래겠지만 좁은 공간을 채우는 것은 550마력의 엔진 소리뿐, 운전대를 잡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함없이 끝없는 도로를 질주할 것이다.

발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커피와 오른손에 끼워진 담배는 그의 외로움과 졸음방지용 습관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곧 가족이 있는 집에 돌아가 귀여운 두 딸을 만나 활짝 웃는 그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인도양에 뛰어들다, 브룸의 케이블 비치

지난 며칠 동안 우리가 온 길은 무더위 그 자체였다. 그늘 쪽의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니 뙤약볕의 온도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밤낮으로 달구어진 캠퍼밴에서는 찬물을 틀어도 따끈따끈한 온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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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번들거리는 대지는 화성을 옮긴 듯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고, 자연 발화로 생긴 검은 재는 뜨거운 볕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이미 냉장고는 제 역할을 포기하고, 그저 음식 상하는 속도를 조금 지연시키는 수준에 그친 지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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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위와 햇빛으로 온몸이 뻘겋게 탄 채 흙먼지 풀풀 날리며 브룸에 도착했다. 휴일도 없이 다니는 여행자의 피곤함이 피부밑에서부터 누렇게 올라온다. 말끔한 도시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누룽지처럼 갈라진 피부와 아무렇게나 눌려 헝클어진 머리는 영락없이 집에서 쫓겨난 부랑자 같은 모습이다.

이쯤 되면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불만들이 송곳처럼 삐죽거린다. 누구의 어떤 불만이라도 고개를 들면 우리 팀워크는 엉망이 될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브룸의 케이블 비치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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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4,000㎞의 호주 대륙 서쪽 끝에서 만난 거대한 대양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8,000㎞가 넘게 떨어진 이곳과 맞닿아 있다. 유조선도 먼지보다 작아 보이게 하는 이 바다가 지독한 더위로 무너져가는 우리 귀에 속삭인다.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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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인도양(Indian Ocean)의 바닷물에 몸이 닿자 ‘치익~’ 하는 증기가 뿜어 나오는 것 같 다. 20일이 넘는 동안 달구어진 불만들이 담금질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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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건 몸과 마음을 식혀준 인도양은 어느새 연지 곤지로 단장한 새색시처럼 일몰을 뽐낸다. 여행으로 지쳐 있던 동료들의 얼굴이 인도양의 일몰 앞에서 환희로 무너진다. 식었던 열정이 고속으로 충전되는 순간이다.

아, 어쩌면 창조주는 뜨거운 사막 끝에 이 바다를 붙여 지구를 디자인했을까? 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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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집단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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