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9. 브룸을 떠나 케라우드렌 곶과 포트헤들랜드까지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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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9. 브룸을 떠나 케라우드렌 곶과 포트헤들랜드까지

작성일2018-01-03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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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5일차. 주인 없는 땅? 애버리진의 슬픈 역사

빠른 것은 느린 것보다 가치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보다 가치 있다고 한다. 예쁜 건 못생긴 것보다, 귀한 건 흔한 것보다, 강한 건 약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 기준은 절대적일 수 없음에도 수많은 인간들은 끊임없이 가치를 매기고 평가하면서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타 민족의 고귀한 문화와 문명을 파괴해왔다. 호주의 과거를 살펴보면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명료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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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덮인 허름한 차량을 그늘에 세워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에버리진들

쿠버페디에서 이곳까지 여행하면서 유난히 내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있다. 전 세계 누구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던 사람들, 한때는 호주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졌던 호주 대륙의 원주민, 애버리진이 그들이다. 애버리진은 이곳 노던 테리토리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원주민과 눈을 마주치거나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그들은 철저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이방인에게 곁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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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잘 알고 지내던 잡지사의 편집장이 보내준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불과 몇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나는 그 책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4만 년 가까이 호주 땅에서 25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생명들을 존중하며 지혜롭게 살아온 원주민 애버리진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여행과 모험을 좋아했던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본 그들의 현실은 암담했다. 정복자들은 이들을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 그 중에도 원숭이 쪽에 가까운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논리는 살육자들에게 최후의 방해물이 되었던 양심의 가책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에게 애버리진은 진화의 중간에 서 있는 멸종될 동물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정복자에게 애버리진의 땅은 무주공산, 즉 ‘주인 없는 땅!(Terra Nullius!)’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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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혔으며, 믿기 어렵겠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들이 낳은 아이는 다른 곳에 강제로 입양되어 버렸고, 부모로부터 철저히 격리 당했다. 그러다가 198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총리의 마지못한 유감 표현과 함께 이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애버리진을 검색하면 온통 학살, 살육, 억울함, 착취, 폭력, 강간, 알콜 중독 등 암울하고 고통스런 단어들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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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 호주는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초창기의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정복자들이 애버리진에게 가한 정신적 족쇄는 누구도 풀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나선 호주 정부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땅의 소유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교육을 지원하거나 곳곳에 박물관을 세워 그들의 문화를 이해시키고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가장 약한 동물이 활기차게 살아가는 숲이 건강한 생태계이듯 애버리진들이 자유롭게 여행자들과 웃으면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그들의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날이 되어야 비로소 과거의 족쇄가 풀리지 않을까? 여행 작가인 나에게 애버리진의 현실은 오래도록 고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여행 26일차. 브룸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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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가졌던 브룸에서의 휴식이 좋긴 좋은가 보다. 몸의 컨디션이 한결 좋다.

오늘은 브룸에서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로 쭉 내려가는 일정이다. 모레 도착할 카리지니 국립공원으로 가는 중간 과정이다. 지도를 펴고 바닷가 해안을 따라 나 있는 도로를 타고 케라우드렌 곶(Cape Keraudren)까지 가는 목표로 하루를 마감하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그 전에 좋은 바닷가라도 나타나면 어디에서든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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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 왔으니 아침 일찍 음식 쇼핑을 했다. 콜스(Coles)라는 대형 슈퍼마켓에 갔는데 이 시간만큼은 문명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길러 내놓은 신선한 수박(호주 북쪽 수박의 단맛은 예술이다)과 야채, 깨끗하게 손질해놓은 정육, 그리고 갓 구운 구수한 빵 냄새만으로도 마음은 위안을 얻는다.

가능한 매식은 지양하고 요리를 직접 해 먹기로 했으므로 재료는 맘껏 사기로 하고, 각자 평소에 먹기 힘든 것들도 몇 개씩 구매한다. 저녁 바닷가에서 일몰과 함께 즐길 양갈비(kg당 30AU$), 내일의 양식인 소고기 안심과 연한 칠면조 햄(이건 저렴하다), 야채와 과일도 장바구니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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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식품 물가는 한국과는 정반대이다. 마늘, 생강, 고추, 파 등의 양념류가 엄청 비싼 반면 육류와 야채 등은 무척 값이 싸다. 멤버들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배 부위 쪽 삼겹살은 기름이 아주 얇게 퍼져 있고 야들야들해서 아무리 많이 사도 남기는 적이 없다.

냉장 상태로 유통되는 소고기도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어,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또 호주 북쪽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위생적으로 도축한 고기들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캥거루, 악어, 타조 같은 고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 또 호주는 특히 과일이 맛있는데 제철에 나오는 망고, 멜론, 바나나, 파인애플, 수박 등은 꼭 먹어봐야 할 과일들이다.

활주로처럼 뻗은 도로를 달려 도착한 케라우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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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지도상에는 분명히 바닷가를 따라 도로가 나 있었는데, 벌써 세 시간이 지나도록 바다는커녕 물 한 방울도 안 보인다. 호주의 지도 스케일 때문에 바닷가를 타고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도로는 ‘바다에 가까운 내륙’을 따라 곧게 뻗어 있었다. 우리의 ‘활주로’ 운전은 계속된다.

먼 지평선과 도로가 만나 ‘ㅈ’ 모양을 이룬 도로의 모습이 정지한 것처럼 변함이 없다. 노던 테리토리보다 부유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는 도로 사정도 더 좋아 차량의 진동마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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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풍경에, 운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변덕스러운 멤버들이 지루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과연 꽉 막힌 도로와 빵빵거리는 소음으로 정신없는 한국에 가서도 호주 운전을 지루하다고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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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몰 30분 전쯤 케라우드렌 곶에 도착했다. 비포장도로를 조금 더 달려 도착한 바닷가의 케라우드렌 곶은 호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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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정도까지 키가 자란 풀숲에서는 캥거루들이 우리를 보며 조심스럽게 뛰어 다니고, 안쪽에 위치한 캠핑장에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활기차게 들려온다. 애들레이드에서 왔다는 부부와 네 명의 아이들이 넓은 캠핑장에 먼저 와 자리 잡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양고기를 구웠다. 설거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은 끓이지 않기로 했다. 도마, 큰 냄비, 국자, 국그릇 등이 필요한 국을 끓이면 설거지 거리가 많아져 곤란하다. 우리는 양고기 구이를 먹은 후 남은 기름에 밥을 볶고, 그 후에 물을 부어 라면으로 마무리한다. 설거지는 양고기 구이 불판 하나와 접시 6개, 그리고 젓가락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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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0일 캠퍼밴 여정이 힘들긴 한가 보다. 봉주 형님이 드디어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영만 형님도 옆에서 자꾸 한국에 있는 횟집 얘기를 들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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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후부터 갑자기 습해지기 시작하더니 캠퍼밴 외벽에서 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호주 여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위치한 캠프 사이트는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반도다. 해가 떨어져 밤이 되면서 바다의 습한 기운이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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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가득 차 끈적끈적한 캠퍼밴 속이 몹시 불쾌하다. 며칠간 거의 0%에 가까운 습도에 적응된 우리의 밤은 쉽지 않을 듯하다. 캠퍼밴을 주 전원에 연결하지 못해 에어컨을 틀지도 못해 긴 밤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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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에게 물리다(Midge)

핸드폰은 오늘의 날씨를 여전히 ‘맑음’으로 표시하고 있다. 20여 일 전부터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왠지 오늘 아침의 맑음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젯밤부터 높아진 습도에 캠퍼밴 벽과 차양막으로 물이 줄줄 흐른다. 건조한 공기에서보다 호흡은 한결 편해졌지만, 습지에서 날 법한 퇴비 같은 냄새 때문에 불쾌감이 느껴진다. 창밖의 맑은 풍경과 장마철 같은 습한 공기가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아침 일찍 환기를 하고 나서 포트헤들랜드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도 길은 곧게 뻗어 있다. 호주에선 한국이나 뉴질랜드의 해안도로처럼 굽이굽이 아기자기한 길을 보기 힘들다. 도로는 자를 대고 주욱 그은 듯한 직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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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곧은 길을 운전하다 깜짝 놀랐다. 5㎜ 정도의 붉은 점이 팔뚝에서부터 시작해 온 팔을 덮고 있다. 특히 내 목 부분이 심하게 반점으로 뒤덮여 있고 종아리와 허벅지에도 반점이 가득한데, 징그럽기만 할 뿐 전혀 가렵지는 않았다. 드 그레이 리버 휴게소(De Grey Rest Area)에 도착하여 다른 사람도 살펴보니 용권 작가, 밥장까지 몸에 반점이 가득했다. 늘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있던 봉주 형님만 반점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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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호주의 부부를 찾아가 증상을 보여주고 물었더니, 어젯밤 어디서 묵었는지 묻는다. 케이프 케라우드렌에서 잤다고 하니까, 잠시의 고민도 없이 ‘미지(Midge)’라는 습지에 사는 작은 날벌레가 오줌을 싼 자국이라고 한다(나중에 조사해 보니 피를 빨아 먹은 것이다).

* 미지(Midge) : 파리목 깔따구과의 곤충. 각다귀라고도 하며 아주 작은 날벌레를 통칭하여 미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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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벌레에 물리면 보통 처음에는 별로 가렵지 않다가 시간이 좀 지난 뒤부터 심하게 가려워진다고 한다. 출발 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창밖으로 길게 드리워진 붉은 태양 빛이 아니면 보이지도 않을 작은 벌레들이 습기와 함께 잔뜩 날아들었던 것이다.

서호주 최대의 산업도시 포트헤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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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서부 최대 산업 도시인 포트헤들랜드는 인구 2만 명 정도로, 주위 수백 킬로미터 인근의 광산에서 끌어 모은 자원이 모이는 곳이다. 이 자원들은 이 항구를 통해 해외로 보내진다. 그래서 이 도시는 그 동안 우리가 보아온 청정한 다른 도시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마치 거대한 물류 창고와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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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입구에는 거대한 염전에서 생산된 어마어마한 양의 소금 더미가 눈처럼 쌓여 있는 데 반해, 도시로 들어가면 아스팔트는 물론 지붕까지도 모두 붉은색 철가루가 덮여 있다.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직접 배에 쏟을 수 있도록 자동화 되어 있는 기차의 길이가 3.7㎞에 달할 정도이고, 좁은 항구로 철광석을 싣기 위해 들어오는 거대한 벌크선들을 돕기 위해 두세 대의 예인선이 마치 로봇 팔처럼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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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헤들랜드는 뛰어난 산업화를 거치며 ‘돈 벌기 좋은 도시’로만 인식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이 도시의 독특함은 잘 알려 있지 않지만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투어가 있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초대형 트럭이 굉음을 내고 다니는 ‘광산 투어’는 이곳에서만 체험이 가능한 특별한 상품이다. 우리는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한 시간 30분 정도 투어를 통해 둘러볼 수 있는 재미있는 상품이다. 투어가 매일 이루어지지는 않으므로 원하는 사람은 미리 스케줄을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낚시를 허탕 치고 가려움증에 시달리다

포트헤들랜드의 바다 쪽에서 해무가 밀려온다. 열대지방 특유의 무더위에 바다의 축축한 습기까지 곁들여져 꽤 불쾌한 느낌이다. 작은 놀이터가 있는 바닷가 공원 앞에 2층으로 만들어진 부두가 있다. 그곳에서 두 명의 낚시꾼이 부지런히 루어를 던지고 감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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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먹고 싶다는 동료들의 특별 요청이 계속되고 있었던 관계로 나는 낚시를 유심히 보았다. 워낙 얕은 곳이라 잔생선이 낚이려니 했는데, 루어를 쫓아오는 고기들이 예상 밖이다. 40㎝는 족히 넘어 보이는 세련된 은색 물고기들이 앞 다투어 루어를 쫓다가 개중 빠른 녀석이 먹이를 덥석 문다.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가 몸부림을 치지만 낚시꾼은 이미 이런 사투에 이력이 나 있다. 대항하는 물고기의 몸부림은 낚시꾼에게는 짜릿한 손맛일 뿐이다. 일방적으로 줄다리기가 끝나고 장바구니로 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인도양의 물고기를 더 자세히 보려고 낚시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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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하늘빛에 은색이 어우러진 물고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아름답다. 한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본 적이 없는 물고기이다. 인도양의 열대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니 그간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보석함 같은 곳이 어울릴 법한 멋진 물고기가 먼저 잡힌 네댓 마리와 함께 낡은 재활용 장바구니에서 아직도 퍼덕이고 있다. 인도양의 조사(釣師)는 손 위에서 퍼덕이는 이 물고기의 이름이 퀸 피시(Queen fish)라고 했다. 맛있는 고기라고 입맛을 다셨더니 한 마리 가져가라고 한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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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물고기가 많다는 증거를 봤으니 우리가 한 다음 행동은 당연히 낚시 장비 구매하기. 저녁 식사로 회를 실컷 먹는 상상을 하며 무려 60AU$ 정도를 투자해 바다 사나이라 자칭하는 영만 형님 손에 낚싯대를 들려놓았다. 그런데 그토록 쉽게 잡히던 물고기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잡기는커녕 돌아다니는 물고기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결국 낚싯대를 사기 전에 기증받은 한 마리가 오늘 조과(釣果)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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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숙박지는 경마장 근처의 무료 캠핑장이다. 미지에게 물린 자국이 직사광선을 받고 난 후 가렵기 시작하더니 부어올라 목과 팔뚝 그리고 허벅지 쪽이 울퉁불퉁하다. 게다가 그 끝에 조그만 물집이 잡힌다. 여태까지 여러 종류의 벌레에 물려봤지만, 여간해서는 몸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은 심상치 않다. 물려도 너무 많이 물렸다. 특히 목 쪽은 성이 난 채로 부어올라 목을 움직이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새벽 3시 15분. 너무 가려워서 잠에서 깼다.

가려움은 대단하다. 가려움과 화끈거림이 심해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작은 벌레가 피부 밑을 기어 다니는 느낌이다. ‘가려움’이라는 단어와 ‘괴로움’이라는 말이 같은 어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머릿속에 내일 아침에는 약국이나 병원에 반드시 가야겠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의 교훈 : 열대지방에서 덥다고 함부로 벗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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