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0. 붉은 흙과 바위가 있는 카리지니 국립공원, 경이로운 조프르 폭포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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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0. 붉은 흙과 바위가 있는 카리지니 국립공원, 경이로운 조프르 폭포

작성일2018-01-22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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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포트헤들랜드를 출발해 카리지니 국립공원(Karijini National Park)으로 가려던 오늘의 계획이 늦어졌다. 붉게 부은 자국에는 열까지 나 최악의 상태다. 한시가 급한데 일요일이라 병원 진료는 9시부터 시작된단다. 나 때문에 일행 전체가 한 시간 이상이나 주차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가려움에 더해져 맘이 무겁다.

아침 9시가 넘어 의사에게 물린 자국을 보여주니 내 고통은 아랑곳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처방전을 적어주며 걱정 말라고 한다. 미지는 원래 그런 놈이고 며칠 가렵다가 괜찮아질 거란다. 스테로이드 계 알약 열흘 치와 연고 하나, 진료비까지 총 180AU$이 들었지만 여행 전에 가입한 여행자 보험이 커버해줄 것이다. 보험료를 청구하려면 의사의 진단서와 영수증을 보관해야 한다. 출발 전에 처방해준 약을 먹고 연고를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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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흙과 붉은 바위, 카리지니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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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우측으로 선명한 가로줄의 지층을 품은 산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카리지니 국립공원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도로의 열기가 캠퍼밴을 달궈 2층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다.

방문객 센터에서 약 15분 정도 떨어진 데일스 협곡(Dales Gorge)에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캠프 사이트가 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한 후에 지정해준 사이트로 들어갔다. 주변에는 10여 명의 젊은 친구들이 장기 야영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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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지니 국립공원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철 성분으로 이루어진 붉은 바위들이 물에 의해 깎여 계곡이 된 곳이며 대단히 독특한 모습을 자랑한다. 붉은 흙과 붉은 개미집, 차량을 뒤덮은 먼지까지, 온통 붉은색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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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공원에서 이틀을 머물 예정인데 첫날은 동쪽 끝의 캠핑장에서, 둘째 날은 서쪽 끝의 카리지니 에코 리트리트(Eco Retreat) 캠핑장에서 머물 것이다.

포테스큐 폭포가 선사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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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데일스 협곡에 있는 포테스큐 폭포(Fortescue Falls)로 갔다. 난이도 높은 길을 철제 계단으로 연결해놓아 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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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약 50m 남겨두고는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계단 많은 야외 공연장 같은 모양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은 겹겹이 쌓여 있던 지층이 파여 생긴 것이다. 그 밑으로 사막에서는 좀체 만나기 쉽지 않은 시원한 포테스큐 폭포 물웅덩이가 있다. 이 물은 300m 떨어진 펀 연못(Fern Pool)에서부터 흘러오는 것으로, 사막의 지하 샘에서 시작하는 물이라 태양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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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을 벗어던지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순간 이틀 동안이나 나를 괴롭히던 가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적이다. 단지 몸이 가렵지 않다는 것만으로 얼굴에서 웃음이 쏟아진다.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차원이 다른 가려움을 알았고, 그 가려움 때문에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이 잠시 없어지자 단지 가렵지 않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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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살면서 가렵지 않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 밖에 나가면 다시 가려워질 테지만 걱정 말자. 며칠 후면 가려움은 사라질 테고 그 후에는 미지 벌레가 준 가려움이 작은 선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렵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 그래서 손톱만큼 이겠지만 나는 여행 전보다 한 뼘쯤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니까.
오늘의 교훈. 가려울 땐 찬물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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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이곳에서 멜버른을 떠나 12사도 바위 이후로는 처음으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대전에서 온 청년인데 군을 제대하고 기독교 선교회를 통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우리는 김치를 곁들여 이 청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라면과 커피, 우리 팀 티셔츠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에코 리트리트 캠핑장에서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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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인지, 약이 효과를 발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려움증이 많이 가셨다.
오늘의 일정은 카리지니 국립공원에서 80㎞ 서쪽에 있는 에코 리트리트 캠핑장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끝이다. 내 몸의 벌레 물린 자국을 보고 우리 일행들 모두 위생에 관심을 한층 더 갖기 시작했다. 남자들 여섯 모두 나름 깔끔을 떨어봤지만, 밥장을 제외하고는 정작 중요한 것들은 스스로 챙기지 못하며 사는 사람들이라 위생적으로 생활하는 흉내만 냈을 뿐이다.

에코 리트리트 캠핑장

에코 리트리트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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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오전 일찍 에코 리트리트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이불을 널었다. 사막의 강렬한 볕에 이불이며 베개를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널어두면 그동안의 쿰쿰한 남자 냄새는 모두 증발할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시간 자체가 휴식이다. 캠퍼밴의 차양막을 펼쳐 그늘을 확보하고 의자와 테이블을 그 아래 놓았다. 오후 4시까지는 밥도 알아서 먹는 등 개인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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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리트리트 캠핑장의 리셉션 카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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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디셔너는 없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에코 리트리트는 사막에 위치한 카리지니 국립공원의 특성에 맞는 깨끗한 시설이 되어 있다. 일종의 리조트 성격을 지닌 캠핑장으로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시원한 맥주와 얼음이 든 음료수, 꽤 맛 좋은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고, 노트북이나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콘센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세식 화장실과 고가의 글램핑 시설(사막에 고급 텐트를 설치하고 숙박을 제공함)도 있으며 우리와 같은 캠퍼밴이 머물 수 있는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다.

조프르 폭포에서 맛본 여행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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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은 시간, 저녁밥을 할 쌀을 불려두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조프르 폭포(Joffre Falls)로 출발했다. 설사와 함께 미지에 물린 곳이 뒤늦게 부어올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총무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나섰다. 리조트에서 겨우 500m 거리에 있는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 폭포 쪽으로 가는 길 아래로 내려갔다. 위쪽에서 쉽고 안전하게 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지만 그러기엔 여기까지 온 거리가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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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철제 계단식 길을 기대했는데 트랙은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발밑에 ‘Class 4’라는 작은 화살표가 박혀 있는데 이 표식은 난이도가 꽤 된다는 뜻이다. 곧이어 ‘Class 5’라는 화살표가 나오자 밥장과 나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Class 5부터는 기어 내려가는 곳이다. 발을 딛는 바위가 미끄러워 아래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불과 두 명뿐이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물이 투명해 바닥까지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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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장이 먼저 내려가고 그 뒤를 내가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먼저 내려간 밥장이 이 무더위에도 곧장 물에 뛰어들지 않고 물 밖에서 멈칫하고 있다. 나도 가까이 다가가 발을 담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나,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차가운 물이 존재하다니!

물은 시원함을 넘어 심장마비가 올 것만 같아 덜컥 겁이 날 지경이다. 먼저 와 있던 커플 역시 추운지 커다란 수건을 몸에 감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작은 협곡 사이의 조프르 폭포에 꼭 가보라고 한다. 그곳을 가려면 물속을 통해 거슬러 가거나 옆에 있는 1~2m 높이의 바위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우리는 바위를 타고 가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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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로 열려져 있는 좁은 협곡을 불과 50m나 걸었을까, 숨겨져 있는 사막의 비밀이 드러난다. 조프르 폭포를 보는 순간 자연에 대한 감탄과 경이로움에 일단 말문이 막힌다. 그다음 곧바로 터져 나오는 탄성!

건기라 쏟아져 내리는 물의 양이 많지 않지만 350도 주변을 감싼 암벽 가운데로 조용하게 타고 내려오는 조프르 폭포는 성스러움을 느낄 정도로 고요하다. 반듯하게 층층이 쌓여 있는 절벽은 누군가의 손으로 조각해내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조형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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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아래의 못, 그 고요한 수면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본다. 가려움 따위는 먼지보다 가벼워지고 차가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되는가 하는 경외(敬畏)심, 이번 여행에서 맛보는 최고의 순간이다.

허영만 집단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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