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2. 하멜린 풀에서 만난 원시 생명체와 멍키미아의 병코돌고래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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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2. 하멜린 풀에서 만난 원시 생명체와 멍키미아의 병코돌고래

작성일2018-02-19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입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도 이 여정과 함께 합니다.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을 LG V30의 활약도 기대해주세요!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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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년 생명의 역사, 스트로마톨라이트

드디어 날씨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밤, 거의 한 달 만에 비가 왔다. 빗소리와 함께 코끝에 다가오는 흙냄새.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다른 아침이다. 하늘의 단조롭던 풍경에도 변화가 생겨 운전이 한결 재미있다. 운전을 하면서 보이는 구름 모양과 닮은 이미지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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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하멜린 풀(Hamelin Pool)에 거의 다 왔다.
샤크베이 로드를 따라 데넘(Denham) 쪽으로 들어가는 길 오른쪽으로 커다란 이정표가 하나 있다. ‘하멜린 풀’이라고 씌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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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빠져나와 바닷가 쪽으로 가면 물속을 훤히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철 구조물을 이용해 바다 위로 꽤 길게 만들어 놓았다. 푸른 물로 뛰어들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당연히 수영이 금지된 곳이다.

한편 이곳에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아주 특별한 것이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는 원시 생명체가 바로 그것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수백만 년, 수천만 년도 아닌 무려 30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던 생명체로, 몇몇 아직도 현존하는 화석 생물들이 있지만 그 어떤 생명체와도 비교 자체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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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의 3/4에 달하는 기간 동안 존재했던 이 생명체는 지구에서 산소를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최초의 생명체로서 지금도 이곳에 버젓이 ‘살아’ 있다. 따라서 이곳은 아마도 지구 역사를 다루는 사람들이나 생물학자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성지일 것이다.

화려한 이력에 비해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모습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냥 검고 둥근 바위처럼 평범하게 생겼으며, 심지어 과묵하게 물속에 잠겨 있다. 표면이 약간 끈적한 점액질로 덮여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생명체 같다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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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물속에 잠겨 광합성이나 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엄청난 시련을 수없이 겪어온 존재이다. 실직, 자녀교육, 주택 부금과 같은 우리네 시련들과는 차원이 다른 우주적인 규모의 재난들이었다. 지구를 꽁꽁 얼려버린 몇 차례의 빙하기, 커다란 운석이 떨어졌을 때에는 대멸종이 이어졌고, 화산 폭발과 지각변동 같은 난리 법석도 수차례 겪어야 했다.

이런 대재난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태생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그의 생존 방법은 ‘단순함’이었다. 이 방법으로 그는 30억 년을 버텨왔고, 앞으로도 너끈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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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마톨라이트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시아노박테리아(Cynobacteria)의 막이 계속 쌓여 생긴 덩어리다. 세포학적으로 볼 때 이것은 원핵생물(Prokaryote)에 해당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모든 동식물은 모두 진핵생물(Eukaryota)이다.

하지만 원시 박테리아의 한 종류이며 핵이 없는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 작용을 하는 지구 최초의 독립 영양 생명체로서 외부로부터 특별한 영양 공급 없이 생존이 가능하고,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산소를 발생시킨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생명체가 지구의 다른 곳에서 흔하게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아주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한 염도가 만들어낸 원시 환경

하멜린 풀은 샤크베이 남쪽에 있는 바다를 감싸고 있는 만 내부의 아주 넓은 장소(1270㎢)이다. 바다라고 하지만 하멜린 풀의 주변은 지형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 육지로부터 민물 유입이 거의 없고, 바닷물의 새로운 유입도 극도로 적어 호수처럼 물이 갇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에 의해 지속적으로 물이 증발해 일반 바닷물보다 훨씬 짠 ‘슈퍼 솔티(Super Salty)’ 상태가 되었다. 최소 두 배 이상의 높은 염도를 가지게 된 이런 특수한 환경이 30억 년 전의 원시 지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처럼 강한 염도가 물고기의 서식을 막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뜯어먹는 포식자 없는 안전한 서식지를 만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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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마톨라이트 서식지 옆으로는 오래된 하멜린 전신국 건물을 돌아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바닷길 트랙이 있다. 하멜린 전신국은 조개의 석회질이 응고되어 한 덩어리로 뭉친 조개더미를 마치 얼음 벽돌처럼 자른 조개 벽돌로 쌓아 올린 노란색 건물로, 무척이나 독특하다. 해변에는 이 건물을 지을 때 썼던 조개더미를 캐낸 채석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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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베이의 아름다운 셸 비치(Shell Beach)와 이글 블러프 전망대(Eagle Bluff Lookout)는 바람이 많이 불어 내일 1번 도로로 다시 돌아갈 때 들르기로 했다. 데넘은 이번 여행의 베스트 3 중 하나로 꼽히는 멍키미아로 가는 마지막 마을이다. 멍키미아 캐러밴 파크는 미리 예약이 되지 않는 곳이라 헛걸음을 하기 싫어 데넘의 방문객 센터에서 전화로 확인해봤더니 두어 자리의 캠퍼밴용 파워 사이트가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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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미아 입구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로 1인당 12AU$를 냈다. 그런데 캐러밴 파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워 사이트 자리가 다른 사람들로 차 있었다. 샤워장이나 화장실 등은 사용할 수 있지만, 전혀 우리만의 공간이 보장되지 못하는 주차장 비슷한 자리에 차량을 대고 120AU$을 내야 했으니 그 점이 아쉽다. 내일 아침 만날 돌고래들에게 위로 받으면 되겠지.

멍키미아(Monkey Mia)에서 바람 맞다

멍키 미아의 아름다운 일출

멍키미아의 아름다운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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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초로 세계 유산 지역이 된 샤크베이를 감싸고 있는 반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멍키미아, 이 묘한 이름은 영어와 원주민 언어(Monkey+Mia)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멍키’는 이 지역에서 진주를 캐기 위해 왔던 배 이름이고, ‘미아’는 원주민 언어로 ‘안전한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이 특별해진 것은 거의 매일 멋진 병코돌고래(Bottlenose Dolphin)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돌고래는 자연계에서 몸무게 대비 뇌의 비율이 인간 다음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세 번째로 높은 침팬지와는 꽤 차이가 난다고). 1960년대에 이 지역 어부의 아내가 돌고래에게 생선을 주기 시작한 이후 50년이 넘도록 돌고래는 사람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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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돌고래를 만나려고 꼬박 하루를 투자해 왕복 300㎞ 이상을 운전하여 공원 입장료로 72AU$, 캐러밴 파크 주차장 이용료로 120AU$을 투자했다. 우리 몰골은 좀 그렇지만 이만하면 얼굴 정도는 볼 자격이 되지 않을까? 무릎 높이에서 찰랑대는 바닷물을 튀기며 대여섯 마리의 돌고래와 뒹구는 상상은 좀 과한 욕심이었을까? 딴에는 노력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고, 돌고래와 만날 확률이 99%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남은 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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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이런 상태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말이 있다.

‘꽝’!

어릴 적 뽑기 놀이를 하다가 ‘꽝’이 나오면 주인아저씨가 쥐여주던, 아쉬움을 잠재우는 눈깔사탕처럼 멍키 미아는 야박하게도 바람맞은 우리에게 거북이 한 마리만을 보내주었다. 꽝으로 받은 선물치고는 너무 무심한, 세상 귀찮은 듯 느린 거북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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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대신 등장한 거북이가 주연 대우를 받았다.

이쯤 되니 돌고래 먹이를 준비해온 자연 보호국 직원의 말이 많아졌다. 여행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텐데 어색해진 분위기를 메우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야생 돌고래가 오고 안 오고는 그들의 선택입니다.”

이 말이 내겐 “오늘은 안 올 것이다”라는 말로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있지만, 푸념을 늘어놓을 대상조차 없다. 어쩌겠는가. 노력과 비용은 이미 지불되었고, 야생 돌고래들이 온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으니 누구에게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뭔가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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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살이가 대개 그렇잖은가?
100% 확실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때 빼고 광내면서 설레고 행복했으며, 기대감에 부풀어 이른 아침 7시 45분에 맞춰 쏜살같이 달려간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돌고래들은 오지 않았다. 그뿐이다.

무방비로 미지(Midge)에게 물렸던 사건처럼, 악어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었던 온천처럼, 결국 돌고래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지 사건으로 인해 가렵지 않은 것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웠고, 온천은 그 옆의 다른 온천을 찾아 실컷 즐겼다. 그러므로, 이 공백 역시 다른 것으로 충분히 채워질 것이다. 따라서 내 마음에 남아야 하는 것은 돌고래를 못 본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채워질 사건에 대한 기대이다.

상어들의 천국, 조개껍질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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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미아에서 나오는 길에 이글 블러프(Eagle Bluff)에 간다. 비포장도로를 3.5㎞ 들어가면 아주 훌륭한 전망대가 나온다. 풀도 자라기 힘들 정도로 건조해 부스러져 내린 땅 끝에 전망대가 있다. 내려다 보이는 투명한 바닷속에는 해초(Seagrass)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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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가까운 곳으로 상어 한 마리가 보인다. 배가 부른 듯 슬렁슬렁, 움직임이 바쁠 것 하나 없어 보인다. 그놈을 보고 있는데 옆에 다른 상어들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 넷…… 내 눈에 띈 놈들만도 여섯 마리. 어림잡아도 2m 남짓 되어 보이는 크기다. 상어 외에도 이곳에는 듀공(Dugon)이나 가오리가 있다는데 오늘 보이지는 않는다.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면 찾을 수도 있었을 듯. 이번 여행에 망원경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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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블러프를 떠나 20분만 가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바로 라리돈 만(L’haridon Bight)인데, 이곳 역시 하멜린 풀처럼 주변과 격리되고 증발이 많아 염도가 일반 바다의 두 배 이상이다. 그래서 바닷물의 부력이 큰 탓에 수영 초보도 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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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 비치라 불리는 이곳에는 높은 염도를 견딜 수 있는 특별한 조개들이 서식하고 있다. 새끼손톱보다 작고 하얀 조개로 1㎡당 평균 4,000마리 정도로 산다고 한다. 희고 아름다운 해변엔 모래 대신 조개껍질이 깔려 있는데 조개껍질의 모서리가 바람과 파도에 오랜 시간 닳아 날카로운 면이 거의 없어져 맨발로 다닐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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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저물어가자 우리는 워터 탱크스 공터(Water Tanks Rest Area)라는 곳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이곳은 여행자들이 비상시에 물을 채울 수 있도록 두 개의 빗물 통을 준비해두었다. 화장실이나 그 외의 다른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다른 차량들은 없다.

덕분에 우리만의 호젓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밤이 깊어 쌀쌀해지자 땅을 파고 모닥불을 피웠다. 이번 여행 중 첫 모닥불이다. 밤 12시가 넘도록 모닥불 가를 떠나지 못한 우리는 붉은 와인잔을 부딪히며 웃음꽃을 피웠다. 밤이 점점 깊어 간다.

허영만 집단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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