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4. 남봉국립공원과 피나클스 사막, 그리고 마지막 식사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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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14. 남봉국립공원과 피나클스 사막, 그리고 마지막 식사

작성일2018-03-21

허영만의 집단가출 x LG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지인들이 집단가출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40일간 캠퍼밴을 타고 호주 대륙을 누비는 9,800km의 대장정을 LG전자, LG유플러스와 함께 했습니다. LG V30는 호주의 멋진 대자연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 본 여행기는 허영만 화백의 블로그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허영만 호주 OUTBACK 캠퍼밴 40일

캠퍼밴 창밖이 어제보다 더 짙은 녹색이다. 갈수록 더 많은 꽃들이 피어 있고 나무들의 키도 점점 커지고 있다. 40도를 오르내리던 무더위는 오간데 없고, 서늘한 기온에 며칠 전부터는 비 오는 날도 잦아졌다.

무지개와 캠퍼밴

무지개가 예쁘게 뜬 숲길

우리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간혹 다른 작물이 심긴 농장의 광활함은 이곳이 호주임을 일깨워준다. 해가 떨어지면 제법 선선한 기온 덕분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어 여행의 피곤함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7일째 누적된 피로는 운전석 뒷자리에 탄 여행자들을 차창 밖의 풍경 감상 대신 잠으로 인도한다. 이 눅눅한 분위기를 깨려면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멋진 곳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SF 영화의 배경 같은 수천 개의 돌기둥들

우리가 퍼스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남붕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이다. 남붕국립공원은 퍼스에서 북쪽으로 190㎞ 정도 떨어진 곳으로 바다와 사막과 강을 모두 볼 수 있는 190㎢ 크기의 제법 큰 국립공원이다.

푸른 하늘 아래 남붕국립공원

이곳에는 동료들의 무거운 눈꺼풀을 단번에 치켜세울 만한 비경이 있다. 바로 호주 서부의 아이콘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유명한 피나클스 사막(The Pinnacles Desert)이다. 서호주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호주에서 190㎞의 거리는 인근에 속한다) 꼭 들러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호주 서부의 아이콘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유명한 피나클스 사막을 걷는 사람들

남쪽으로 뻗어 있는 인디언 오션 로드(60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피나클스 사막으로 들어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8㎞를 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입장료를 징수하는 작은 매표소가 나온다. 차량 한 대당 10AU$ 내외를 지불하고 공원 내로 진입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원래는 피나클스 사막 안으로 차가 진입할 수 있지만 어젯밤에 내린 비로 길의 일부가 훼손되어 걸어서 들어가는 것만 허락되었다. 포장된 인도를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가자 예상대로 동료들은 경이롭게 펼쳐진 파노라마에 환호성을 지른다.

피나클스 사막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집단가출 플랜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은 캠핑 일행

아~! 자연의 다양함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마저 포함되어 있다.
넓은 사막에 박혀 있는 수천의 기둥들.그 기둥들의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해서 노란색 도포를 걸치고 손을 올리고 있거나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 혹은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는 모습처럼도 보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다른 세계에서 수천의 석상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노란 석회암 기둥과 청명한 하늘색이 원색의 조화를 이룬다. 그 기둥들 사이로 움직이는 관광객이 아니라면 어느 SF 영화의 배경과도 같은 모습이다.

피나클스 사막에서 유쾌하게 점핑하는 사람들

이러한 독특한 자연 속에는 그 생성 시기의 환경과 원리에 관한 많은 비밀들이 숨겨져 있고, 그 숨은 미스터리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지질학자들이 호주를 방문한다. 지질학자들은 이곳의 석회암 기둥에 대해서 두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석회 땅을 깊게 움켜쥔 나무뿌리가 썩으면서 주위보다 침식에 강해져 기둥이 생성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떤 이유로 나무 밑동이 석화(Petrified)되어 나무 그 자체가 석회암으로 치환되었다는 이론이다. 어쨌든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최소 수천 년이 넘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 동안이 소요되었고, 이 돌기둥들은 그 속에 비밀을 풀기 위한 많은 증거들을 머금고 있다.

여행의 종착지, 퍼스에 도착하다

푸른 하늘에 지는 석양이 예쁘다

길 옆으로 집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자동차가 많아지더니 어느새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드디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도시, 인구 170만 명의 퍼스(Perth)에 도착했다. 퍼스는 우리 여행의 종착역이다.

와! 고층빌딩이다! 36일만에 퍼스 도착. 주행거리 11.312km. 사람 사는 곳이, 도시가 이렇게 반가울줄이야!

그런데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대신 더욱 긴장감이 든다. 옆 차를 살피고, 앞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신호등과 속도 제한 표시판을 보면서 내비게이션까지 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동안 거칠 것 없이 사방이 뻥 뚫린 길을 달리다가 도시로 들어오니 길이 무척이나 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곧 퍼스에 있는 캐러밴 파크에 도착하면 남은 여행은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운전할 일은 없다. 모든 코스를 역주한 마라토너가 경기장에 들어오는 것처럼, 우리는 긴장과 기대감으로 퍼스 시내를 조심스럽게 운행했다. 끝이 보인다.

한식당에 온 캠핑 일행들

푸짐하게 차려진 한식 앞에서 건배를 하는 사람들

캐러밴 파크에 주차한 후 우리는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인디언 오션 로드 주변의 절경을 마다하고 서둘러 온 이유는 바로 오늘 저녁을 정용권 작가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한식당 ‘강남’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행 내내 마른 반찬 한두 가지에 찌개나 스테이크가 전부인 간소한 식사를 하다가 식탁 위에 푸짐하게 차려진 한식을 앞에 두니 모든 멤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푸짐하고 넉넉한 밤이다. 게다가 오늘은 설거지도 없다.

마지막 저녁식사

우리 멤버들, 참 부지런하다. 여행의 피곤함에 늑장을 부릴 법도 한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놀 참이다. 모두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떤다.

리빙스턴스 어반 정글(Livingstone’s Urban Jungle) 카페

리빙스턴스 어반 정글(Livingstone’s Urban Jungle) 카페

국립 아트 갤러리

국립 아트 갤러리

리빙스턴스 어반 정글(Livingstone’s Urban Jungle) 카페에서의 훌륭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 앞에 있는 국립 아트 갤러리를 볼 때까지는 모두 쌩쌩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아니면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오후가 되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행의 아쉬움과 함께 나른함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리라.

세일 앤드 앵커 펍을 가리키는 사람

세일 앤드 앵커 펍(The Sail and Anchor Pub)

세일 앤드 앵커 펍(The Sail and Anchor Pub)

우리는 퍼스의 옛 시가지 프리맨틀(Frementle)에서 생맥주 한 잔씩을 마신 뒤에야 비로소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더 세일 앤드 앵커 펍(The Sail and Anchor Pub)에서 직접 만든 이 맥주는 1800년대 중반부터 만들기 시작해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한다.

어둑어둑한 늦은 밤의 호수.

오늘 저녁식사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미팅이 된다.블랙버드 레스토랑(Blackbird Restaurant)이라는 조용하고 괜찮은 곳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여행 중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앞세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한편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사용했음에도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소화했던 여행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이다. 조금은 어색하고 긴장된 표정들, 하지만 함께 한 시간만큼 단단해진 동료애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래의 네 가지 주제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것

2. 가장 힘들었던 점

3.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

4. 가장 행복했던 순간

허영만

  1. 밥장을 두고 출발했다가 다시 돌아갔었던 사건
  2. 뒷자리 차창으로 보이는 사막 풍경이 계속 똑같을 때 미치는 줄 알았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먼지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3. 아내가 보고 싶고, 같이 이 멋진 경관들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어려울 것 같다.
  4. 석양을 많이 봤지만 인도양 브룸에서의 석양은 정말 좋았다. 또 저녁마다 캠퍼밴 바깥에 의자를 놓고 식사를 했던 것 역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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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대답은 따로 없음) 일흔이란 나이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런 여행에 불러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허영만26_8

  1. 끝없이 직선으로 연결된 길과 지평선이 너무 좋았다.
  2. 봉주 형님이 앞차를 따라가느라 사고가 날 뻔한 날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봉주 형님이 미안해하면서 사과함)
  3. (단호하게) 아내다.
  4. 호주의 대자연, 특히 울룰루에서 석양을 볼 때, 그리고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열 박스 넘게 선물 받았을 때. (결국 다 마시고 몇 병밖에 안 남았음)

허영만26_9

  1. 울룰루의 저녁놀이 머릿속에 가장 깊이 박혀 있다.
  2. 부산하다고 멤버들에게 잔소리 들었을 때.
  3. 매일의 전 과정을 SNS로 소통해, 멀리 있다고 안 느껴짐. 세상은 하나. 그래서 특별히 없음. 지금은 명절이 다가오니 연세 많은 어머님 생각이 난다.
  4. 매일 대지의 일출과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 그리고 호주 서부에서 만난 쌍무지개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

허영만26_10

  1. 데블스 마블스에서 자던 날 밤, 달빛이 너무 밝아 달빛 샤워를 하며 바깥에서 그림을 그렸던 일.
  2. 미지 벌레에 물린 곳이 계속 가려워서 고통스러웠다. (그 이전까지는 태훈 형이 물건을 쓰고 제자리에 두지 않는 것 때문에 아주 어려웠음. 하지만 미지 벌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물린 뒤부터 오늘까지 미지 때문에 계속 힘들다.
  3. 집으로 돌아갈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보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일상으로 돌아가면 여행이 그리워질 것이다.
  4. 브룸에서 맞은 인도양의 시원한 파도, 그 파도 ‘싸대기’를 온몸으로 맞던 기억.

허영만26_11

  1. 와남불에서 남방 긴수염 고래(Southern Right Whale)를 만났을 때.
  2. 나중에 사과했지만 영만 형님이 벌레 물린 나를 격리하라고 했을 때.
  3. 아들 둘과 함께 코랄 베이 바다 속을 수영하고 싶었음.
  4. 카리지니 국립공원의 조프르 폭포에서 찬물에 들어간 후 가려움이 없어졌을 때.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캠핑 일행

 

집단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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