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남자] #4. 아이가 부모를 만든다 – LG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육아하는 남자] #4. 아이가 부모를 만든다

작성일2018-05-15

육아하는 남자

육아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육아(育兒) : 어린아이를 기름

사전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매일 밥 차리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끝없는 무한루프에 빠져 사는 치열한 현실과 달리 무심할 정도로 간단한 육아의 정의에 피식 웃음이 났다. 사전에 저 의미를 담은 사람은 육아를 해보긴 한 건가.

육아하는남자_4편_1

점점 반항기에 돌입하는 아이들과 함께 커지는 내 목소리.

사람들은 보통 어른이 아이를 기른다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부모를 기른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을 척척 기르는 소위 ‘울트라 캡숑 짱’ 아빠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난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나의 모습에 수도 없이 좌절했다. 아이를 크게 혼낸 뒤 후회로 자책하고, 사랑한다 안아주고서 또다시 욱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끊임없이 타고 내렸다. 서툴고 준비되지 않은 부모 앞에 덜컥 나타나버린 녀석들에게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다 들켜버렸다.

정말 사랑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이미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만큼 힘든 자식 키우기.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모난 돌이 깨어지고 다듬어지듯 부모도 그렇게 함께 자란다.

부모를 닮아 가는 아이 (#뭔_말을_못하겠음)

어느 날 아들2호가 형아의 장난감을 탐하려 하자, 아들1호가 이렇게 말했다.  “떼쓰고 울어도 소용없어!” 이 말은 예전에 평소 잘 타고 다니던 카시트가 싫다고 갑자기 생떼를 쓰는 아들1호에게 내가 모질게 했던 말이었다.

또 어느 날은 아들1호가 “아빠가 터닝메카드 안 보여주고 나랑 안 놀아줘도 아빠를 사랑해”라고 했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들 1호가 ‘미운 세 살’이던 시절, 아이를 달래려 발에 입맞추며 “예준이가 아빠를 싫어하고 미워해도 아빠는 아들을 사랑할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들1호는 아빠가 한 말을 기억했다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육아하는남자_4편_2

나와 아내의 어투, 작은 버릇 하나까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이 귀엽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부모이기 전에 사람인지라 내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맘에 드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나조차도 마주하기 싫은 모습이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아이들을 통해 나타나는 게 힘들었다. 이때부터였다. 아이들을 위해 어렵더라도 더 내 스스로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었다.

내 안에서 발견한 부모님의 모습 (#나_조금씩_어른이_되는_듯)

‘아이를 훈육할 때는 목소리를 낮추고 엄중한 톤으로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머리로는 알 것 같은데 막상 상황에 닥치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나면 나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게다가 엉덩이라도 찰싹 때리는 날에는 더욱 자책하게 된다.

문득 아이들을 혼내는 내 모습이, 어릴 적 내 어머니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야 다들 그랬겠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매를 드는 일이 자연스레 여겨졌다. 나도 유년기를 돌아보면 어머니께 맞으면서 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순간 반성보다는 반감이 컸기 때문에, 내가 부모가 되면 절대 아이들을 그런 방식으로 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할 때에는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나도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 새겨진 기억 때문인지 굳은 다짐을 실천하기가 맘처럼 쉽지 않았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엄하게 혼내는 역할은 늘 내 몫이었다.

굳이 내가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커간다.

굳이 내가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커간다.

부모님의 부모님도, 또 그들의 부모님들도 똑같았을까? 닮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을 닮아가는, 우리는 무언가 묘한 사슬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악순환 속에서 이런 훈육 방식이 대물림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자식은 사랑도 물려받지만 상처도 물려받는다. 물론 살다 보면 맘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지만 그 연결고리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는 것이 너무 가혹했다. 이 사슬을 끊는 건 온전히 나에게 남겨진 숙제다.

지금 내가 하는 치열한 고민들, 이런 번뇌들 또한 세대를 대물림해 내려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고생하는 만큼 같은 과정을 겪으며 나를 치열하게 길러 주신 부모님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 더불어 이제는 알 것만 같은 측은함과 안쓰러운 마음까지도.

그나마 착한 훈육 “손들어!”

그나마 착한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손들어!”

초보 아빠의 숙제 (#하루하루_자라나는_중)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혼나는 이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다. 조심하라고 했는데 음식을 다 쏟는다든가, 주차장에서 뛰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줬는데도 뛰어다니다가 넘어진다든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아빠를 찾든가. 잘못한 행동이긴 하지만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었다. 심호흡 크게 하고 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는데 당시에는 그게 잘 안 됐다.

육아하는남자_4편_5

초보아빠는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야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하나씩 직면한다.

육아휴직 전에는 내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양육자가 되어보니 아침저녁 밥하고 집안일하면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기는 어려웠다. 아내의 육아를 도와주는 입장에서 보던 것과 실제는 하늘과 땅 차이였고, 거기서 발생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언제나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육아휴직까지 했다는 것이 큰 사명감으로 다가왔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큰 소리와 짜증이 되어 표출되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나 하면 또 다른 숙제를 내준다.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과제들로 오늘도 끙끙거리며 씨름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듯 나도 함께 자라고 있다. 훗날 시간이 지났을 때 최고의 아빠는 아니더라도 아이들 마음에 조그마한 생채기 하나라도 남긴 아빠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가 부족한 점은 많지만 나를 너무 사랑해!’ 내 소중한 두 아들의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남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전찬훈 프로필

사진 찍는 SW Engineer. LG전자 뉴비지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신사업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하여 감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그러한 꿈을 LG와 함께 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