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걷다, 이야기를 만나다’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 교수와 떠난 화담숲 나무 여행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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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걷다, 이야기를 만나다’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 교수와 떠난 화담숲 나무 여행

작성일2015-05-20

신준환 교수는 2014년 국립 수목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무만을 연구해 온 나무연구가입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이와 존중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는 그는 생물다양성, 장기생태, 전통산림지식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다시 나무를 보다>, <숲 속 깊은 내 친구야>, <숲이 희망이다(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최근 펴낸 첫 산문집 ‘다시, 나무를 보다’에는 고은 시인이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뒤늦게나마 철이 들었노라”고 추천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숲에서 삶을 배운다는 신준환 교수의 나무 이야기,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신준환 교수와 떠난 화담숲 나무 여행

-전 국립수목원장
-현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저서 ‘다시 나무를 보다’ 외 다수

신준환 교수와 떠난 화담숲 나무 여행

신준환 교수와 떠난 화담숲 나무 여행
전국립수목원장
현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저서 다시 나무를 보다 외 다수

화담(和談)숲에 와서 나무들을 보며 문득 나무 사이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따사롭게 응하며 여행하기 좋은 곳이 화담숲이다. 특히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걸어가게 되어 있어 앞에서 오는 사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그저 동행한 사람이나 나무와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곤지암 화담숲

곤지암 화담숲 전경

이런 점에서 풍류를 아는 소나무는 나무 여행의 동반자로 제격이다. 사람들은 소나무를 보고 고고한 기상을 느끼기도 하고, 지조와 절개를 떠올리기도 하며, 신선 세계에서 오래 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물론 늙을수록 더 멋있어 지는 것이 소나무의 장점이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푸른 하늘에 붉은 옷을 두르고 짙은 녹색 잎을 반짝이며 서 있는 소나무는 바람을 순하게 맞는 풍류인의 풍모를 느끼게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친구이다.

곤지암 화담숲 소나무

화담숲의 소나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솔가지를 금줄에 묶어 아기의 탄생을 알리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매일 소나무로 불을 지펴 밥을 해먹으며, 매년 송편을 빚어먹고 송화다식을 먹는다. 소나무로 가구를 만들고 관솔로 불을 밝히며 죽어서는 소나무로 짠 관에 들어가 소나무 숲 속에 묻힌다. 이렇듯 우리는 일생을 소나무와 벗하며 살다가 소나무 향기에 묻혀 영면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 중에서도 북쪽이나 백두산 부근에 살던 사람들은 자작나무를 소나무 같이 좋아하였다. 백석의 시 백화(白樺, 자작나무)를 들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작나무로 된 집에서 자작나무로 불을 때 밥을 지어 먹고, 자작나무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자작나무에 의지하여 하늘을 믿었으며, 죽으면 자작나무 껍질 속에 싸여 영면하였다. 자작나무 껍질은 방부 성분이 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자작나무 추출물로 자일리톨 껌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의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보관하였다.

곤지암 화담숲 백화

백화-백석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신랑 신부 앞에서 불을 밝히는 화촉(樺燭)도 자작나무에서 유래했다고 하듯이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로 미끈하게 뻗어 있는 자작나무의 흰 줄기는 저 멀리 옅은 녹색 잎을 하늘거리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쪽동백나무는 전나무의 바늘잎과는 이미지가 전혀 다른 둥글넓적한 잎에 줄기가 굽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자라며 참한 흰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아름다운 나무다.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듯이 쪽동백나무의 꽃에서 익은 열매엔 독이 있다. 그 옛날 시골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을 때, 이 나무의 사촌인 때죽나무의 열매를 갈아서 시냇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았을 정도이다. 쪽동백나무가 때죽나무의 사촌이라는 뜻으로 지방에 따라서는 쪽동백나무를 물때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쪽동백나무나 때죽나무의 열매는 모두 작은 종처럼 귀엽게 생겼다.

화담숲 쪽동백나무

쪽동백나무

흰 꽃이 피는 나무에서 고추나무를 제쳐놓을 수는 없다. 고추나무는 쪽동백나무처럼 크게 자라지는 못하는 떨기나무이지만 하얀 꽃으로 뒤덮인 고추나무는 아주 큰 한 떨기 꽃처럼 화려하다. 더구나 어둑한 숲에서 잘 자라는 쪽동백나무와 달리 고추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데 이렇게 자라는 떨기나무들은 숲을 보호하는 임의(林衣) 역할을 한다. 이런 떨기나무들은 작아도 강한 바람이 불 때 숲 속에 있는 큰 나무들이 바람에 부러지는 것을 막아주고 온갖 작은 생명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며 또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화담숲 고추나무

고추나무

고추나무란 이름은 잎과 꽃의 생김새가 고추를 닮은 것에서 나왔는데, 어린순은 고광나무(오이순) 순과 함께 독특한 맛을 자아내는 별식으로 고춧잎처럼 나물로 무쳐먹으면 맛이 좋다. 특히 쓴 맛이나 이상한 향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데쳐 무쳐먹는 나물 이외에도 튀기거나 볶거나 또는 국거리나 묵나물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고추나무의 줄기를 나무못을 만드는데 주로 썼으며 열매를 달여 마른기침에 복용하기도 하였다.

신준환 교수

우리는 어릴 때 “언제 철이 들 거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기서 철이 든다는 것은 세상 사정을 알아서 거기에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뜻이지만 원래 자연이 변하는 절기를 알아서 거기에 맞추어 일을 잘 처리한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런 철이 아주 잘 든 나무가 이팝나무다. 이팝나무란 이름이 붙은 것은 24절기 중 하나인 입하(立夏)에 맞추어 꽃이 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 설에는 예전에 쌀이 귀해서 쌀밥을 잘 못 먹었는데 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풍년이라 쌀밥 즉 이밥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소원을 담고 있다고도 한다.

화담숲 이팝나무

이팝나무 꽃

이팝나무의 꽃이 좋을 때는 정말 쌀밥이 수북이 얹힌 고봉밥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경제발전을 시킨 오늘날 먹을 것은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많아, 이팝나무의 꽃처럼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이팝나무는 우리도 철이 들어 물질적 풍요에 휘둘리지 않고 정신적 깊이를 닦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다.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 가운데 산뽕나무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이다. 산뽕나무에 열리는 오디는 새들이 무척 좋아해서 우리 산 곳곳에 산뽕나무를 뿌려 놓았다. 뽕나무가 뽕하고 방구를 뀌어 대나무가 대끼놈 하고 야단을 치니 참나무가 참아라 하며 점잖게 타일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뽕나무는 사실 생명력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동북아시아의 오랜 전설을 보면 아침 해는 뽕나무에서 솟아오르고, 어떤 나무로 불을 피워도 녹여내지 못하는 천년 묵은 거북도 뽕나무로 불을 지펴 달여 먹었다. 그래서 지금도 뽕나무에서 나는 상황버섯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리라.

화담숲 산뽕나무

산뽕나무

몸에 좋은 것으로는 산사나무도 빠지지 않는다. 산사나무는 꽃도 귀엽게 생겼지만 붉은 열매가 좋은 나무이다. 이 열매는 한약명으로 산사자라고 하며 동의보감에서는 소화가 안 될 때 달여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강심작용이 있으며 혈압을 낮추고 혈액 순환에도 좋으므로 술을 담아 먹기도 한다. 햇빛을 잘 받으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붉은 열매가 나무를 거의 덮다시피 무성하게 열린다.

유럽에서는 산사나무가 침입하지도 않고 침입 당하지도 않으며 자기만의 공간에 적응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고 여겨, 사람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중심을 잡고 올바른 자리를 찾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 이런 조정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 산사나무를 영어로는 hawthorn이라고 하는데, 서양에서는 도시나 마을 이름, 집 이름, 사람 이름은 물론 축구 클럽 이름에 까지 널리 쓰인다.

화담숲 산사나무

산사나무

이제 나무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향기가 좋은 나무를 찾아보자. 노란 꽃이 피며 새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생강나무는 잎이나 가지 껍질에서도 좋은 향기가 난다. 그래서 생강나무 꽃차를 최고로 치는 분들도 많고, 차나무가 아니라도 생강나무 잎이 참새 혀처럼 살짝 피어나올 때 따서 작설차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봄에 연한 잎은 쌈을 싸 먹기도 하고 튀각이나 삶은 나물, 장아찌로 만들기도 하고 전을 부치기도 한다. 생강나무의 기름은 동백기름이 없는 중부 지방에서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에 생강나무를 동백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그래서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은 남쪽의 동백이 아니고 실은 이 생강나무다.

화담숲 나무 이야기

생강나무

다시 나무를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힘든 순간이 올 때면 나무를 찾았다. 나무의 오랜 역사 앞에 서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란 생각에 위안을 받곤 했다. 고요한 숲 속에서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내가 다시 나무를 생각하는 이유다.

곤지암 화담숲

화담숲 지도 & 코스 소개

화담숲 지도&코스 소개

1. 힐링숲길 1코스: 힐링숲길 1코스 입구-단풍나무원
2. 힐링숲길 2코스: 힐링숲길 2코스 입구-독바위 전망대
3. 테마원: 전망대-암석원-자수화단-수련원-야외학습장 및 쉼터-반딧불이원-추억의 정원
4. 숲속산책길: 숲속 산책길 입구-이끼원-전나무 쉼터-자작나무숲/소망돌탑

화담숲 이용 정보

이용 시간 봄ㆍ여름(4월~9월): 08:30~18:00, 가을(10월~11월): 08:30~17:30 겨울: 휴장

이용요금: 입장요금 – 성인(만 18세 이상) 9,000원 / 청소년, 경로 7,000원 / 어린이 6,000원

모노레일 – 성인 4,000원 / 청소년, 어린이, 경로 3,000원

* 단체, 무료의 경우 자세히 보기(링크)를 통해 확인하세요.

위치: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 곤지암 화담숲 (교통정보 안내 바로가기)

전화번호: 031-8026-6666

신준환 프로필

2014년까지 국립수목원 원장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동양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이와 존중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생물다양성, 장기생태, 전통산림지식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다시 나무를 보다>, <숲 속 깊은 내 친구야>, <숲이 희망이다(공저)> 등의 책을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