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1. 워킹맘에게 필요한 건? 열정보다 균형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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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1. 워킹맘에게 필요한 건? 열정보다 균형

작성일2016-05-09 오전 10:43

나: “복직하고 나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뭐예요?”

워킹맘 A: “아이가 아플 때?”
워킹맘 B: “돌보미 퇴근 때문에 일찍 가야 하는데 야근 할 때?”
워킹맘 C: “아이 방학 때?”
워킹맘 D: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건 내 자신에 대한 적응이었던 것 같아. 워킹맘 전후 달라진 내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몇 년은 걸린 것 같아.”

주변 워킹맘 동료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워킹맘 동료 A, B, C의 말 모두가 맞는 말이긴 했지만 저를 포함한 워킹맘 동료들은 유독 D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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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픈 것도, 야근을 하는 것도, 아이의 방학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입니다. 그냥 예상 없이 닥치는 일이고, 또 지내다 보면 한고비 한고비 넘기게 되는 면이 있는데, 내 자신의 업무 스타일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도, 적응하는데 무척이나 오래 걸리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오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은 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맡겨져도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이란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고, 시간이 없다거나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때문에 워킹맘이 되기 전에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구성되거나 조금 일이 힘들더라도 이슈가 되는 TFT가 구성되면 경험상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했습니다. 생소한 업무라도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자처했습니다. 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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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이후의 열정, 이상과 현실의 차이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역할은 제가 무척 기다리던 일이었기 때문에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늘 그렇듯이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 둘을 낳고 복직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내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던 것인지를. ^^

복직 전에는 단순히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을까? 를 고민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정작 고민해야 했던 것은 내 자신이었습니다. 생소한 업무가 맡겨지면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갑자기 이슈가 터져서 6시 이후 회의소집이 이루어지면 이슈에 대한 분석보다 전화 돌리기 바빴습니다. 남편에게로, 시부모님에게로….. 내 퇴근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아이 케어를 먼저 처리하다 보니 흥미가 생기는 새로운 TFT가 꾸려져도 망설여지고, 될 수 있으면 익숙하고 이슈는 터지지 않은 안정적인 업무를 선호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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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후 이런 모습이 한 달, 두 달 이어지다 보니 ‘아, 내가 왜 이러나, 회사는 철저히 조직사회인데 내가 왜 이렇게 비겁해졌나’ 하는 자책감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미안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복직 후 한동안 우울감과 상실감에 시달렸습니다. 복직하고 나서 이런 나의 심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선배 워킹맘이 메시지 하나를 보냈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적응하는데 1~2년은 걸릴걸?”
짧은 댓글이었지만 이 말은 당시, 나 혼자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싶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워킹맘의 열정은 식지 않고 변화한다

선배 워킹맘의 말대로 1~2년이 지나니 워킹맘의 삶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여전히 생소하고 어려운 일에 손들며 자처하긴 힘들지만,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건대 내 안의 일에 대한 열정은 식은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복직 후 두 가지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1~2년간 내가 겪은 일은 열정을 식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균형을 익혀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가. 내 뜻대로 일이 추진되지 않으면 싸우고, 싸우고 나서 지면 퇴근하면서 울분의 울음을 삼키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결국 일은 잘 되기 마련이고, 내가 고집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때론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인데, 내가 큰소리치고 말하고, 내가 말한 것에 책임을 지려고 더 많이 일을 하면서 내 자신을 혹사시켰으니까 말입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훈련된 일은 듣고 기다리는 일이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의 걸음마를 기다리고, 아이의 실수를 바로 고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 이런 삶의 태도는 직장에서도 반영되어 하고 싶은 말도, 공격적인 말도 조금 참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일은 내가 추진하든, 남이 추진하든 되게끔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보조적인 역할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죠. 이것이 엄마가 되고 나서 보였으니, 그 전에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지금도 가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열정은 삶의 균형으로 이동

워킹맘 이전의 삶과도한 열정으로 개인의 삶을 모두 불태우는 것이었다면, 워킹맘 이후의 삶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며 장기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기르기 전 저의 업무 스타일이 목표를 한번 정하면 옆은 보지 못하고 오로지 정해진 길로 목표만을 향해서 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조금 천천히 가면서 주위 풍경도 바라보고, 때론 그 속에서 지름길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런 경험은 열정보다는 균형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육아를 통해서 비로소 세상은 마라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인생이 있던가요? 인생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듯이,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입니다. 워킹맘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삶은 여러 가지 순기능으로 나에게 지혜를 나누어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도, 개인의 삶도, 삶에 대한 태도도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복직 후 1~2년의 시간을 거쳐 내가 워킹맘의 삶에 서서히 녹아 들어가듯이, 워킹맘을 대하는 사회의 문화도 쉽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회사 여자 임원분이 출산휴가도 없어서 2주일 병가를 냈다고 하지만 그에 비하면 지금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도 쓰고 있으니 분명 변하고 있는 것이겠죠. 다만, 변하고 있으니 천천히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내 자신이 일과 육아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 이것이 현재 워킹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혜선 프로필

LG CNS에서 솔루션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불량엄마를 자칭하면서 직장일과 육아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살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하루를 살아내는 마법의 힘을 얻고는 합니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워킹맘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