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사주세요!” – 10살 초등학생 딸의 생애 첫 PPT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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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주세요!” – 10살 초등학생 딸의 생애 첫 PPT

작성일2016-06-22 오후 2:05

휴대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자녀
vs. 휴대폰을 사주지 않으려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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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을 대결구도일 듯 합니다. 아이는 아이 나름의 논리로, 부모는 부모 나름의 논리로 ‘휴대폰이 필요한 이유’와 ‘사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서로를 설득하려고 애를 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달쯤 전까지만 해도 말이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평화로웠던 주말, 집에서 쉬는데 10살짜리 딸애가 대뜸 물어보더군요.

아빠, 이런 부탁 굴욕적이지만… 나 PPT 만드는 방법 좀 알려줘.”
“뭐하게?”
“그냥… 이것저것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생각지 못했던 요청이었지만, 회사생활 하면서 보고서 좀 써본(?) 아빠의 솜씨를 자랑하고자 특별 강의에 들어갔습니다. 10분 남짓동안 그림 넣기, 글자 색상 바꾸기, 소리 넣기 등의 기본적 기능 중심으로 속성으로 알려줬습니다.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모든 버튼을 이것저것 다 눌러보면 하나씩 알게 될 거라고 둘러대면서 말이죠. 혼자서 이것저것 눌러보는 것 같더군요.

사건(?)은 일주일쯤 지나서 터졌습니다. 딸애는 자기가 만든 PPT를 보여주겠다며 쉬고 있는 저를 다시 졸랐습니다. ‘뭐 별거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같이 컴퓨터 앞에 앉은 제게 아래와 같은 표지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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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주세요!”

핸드폰
핸드폰을 사주세요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로 포장된, 아주 간결하고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말이죠. 당황해 넋이 나간 저를 힐끗 바라보고 승자의 미소를 띄운 딸애는, 물 흐르듯 다음 장으로 넘어가며 ‘제가 휴대폰을 사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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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주세요!”

핸드폰에 꼭! 있어야 하는 기능들
카카오톡 인터넷 카메라 유투브 메모지 알람 손전등 GPS 와이파이 데이터 시계 통화 메시지 계산기 Play스토어 게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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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주어야 하는 이유

저도 부모님의 의견에 동의하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 핸드폰이 꼭 필요합니다.
그로므로 제가 이 핸드폰의 사야 하는 이유를 11가지를 대겠습니다.
1) 핸드폰이 있으면 집에서만 사용할수있는 통신수단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용할 수 있다.
2) 핸드폰으로 동영상,사진 찍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 핸드폰으로 MP3MGPS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4) 핸드폰은 위기상황 때 구출기능을 사용하면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에게 위치가 알려져 구출할 수 있습니다.(GPS)
5) 소외가 된 것 같아 외롭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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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아직 남아있다…..!

6) 급할 때 연락이 되니까 편하다.
7) 요즘 핸드폰은 기능이 좋아서 위치추적도 되니까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으므로 편하다.
8) 핸드폰이 없으면 친구들이 핸드폰 가지고 놀 때 따돌림 당하는 느낌이 든다.(저스 안 체험학습 날 난 친구들이 단톡 방을 만들어 노는 모습을 본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9) 밤늦게 친구 집 에 전화 하는 건 실례니까 문자로 간단하게 숙제 등 을 물어 볼 수 있다.
10) 부모님과 멀리 있을 때 통화로 인해 안심 시켜드릴 수 있다.
11) 핸드폰 가지고 다니는 애들 보면 진짜 질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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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산후 나의 계획

1) 운동은 하루에 30분간
2) 영어, 수학과 같은 공부는 하루에 적어도 1시간 이상
3) 게임은 최대 1시간 30분간
4) 절대 자기 전 게임은 금물
5) 카톡 은 하루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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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변함 없지 말입니다!

하루하루가 지날 수 록 난 핸드폰을 향한 나의 투지가 불타오르고,
이유는 나날이 성장한다.
하지만 이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10가지 이유에 끼지 못한 나의 이유는 나날이 성장한다 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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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지요….?!

저는 계속 핸드폰이란 내 키보다 높은 벽을 언젠가는 뛰어넘을 거예요.
2016/5/1 딸 올림

3분 남짓한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저는 더욱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게 열살 짜리 초등학생이 생애 처음 만든 PPT가 맞나?’

이제껏 직장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만들었던 PPT 중 이렇게 간결하게 구성된 PPT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흐름도 간결하고 메시지는 명쾌했습니다. (틀린 맞춤법은 애교 수준이었고) 색상 선택이나 애니메이션 효과 등도 첫 작품치고 훌륭했고요.

아이가 이전에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랐을 때, 제가 반대 논리로 늘 내세웠던 점들이 순간 떠오르질 않더군요. 이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까지의 뒤에 있었던 딸애의 고민과 노력이 눈에 보이더군요. PPT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아빠를 똑 닮은(?) 말투나 표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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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사주세요!”

저는 계속 핸드폰이란 내 키보다 높은 벽을 언젠가는 뛰어넘을 거예요.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마침 제가 LG G5로 휴대폰을 바꾸고 싶어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딸애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출시한지 1년이 채 안된 신형 휴대폰에 속하는지라,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 스펙 휴대폰’으로 등극해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딸애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제게 약속한 부분을 실제로 지킬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새로운 조건으로 타협을 요청하는 PPT를 또다시 만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조금 있지만요. :)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는 새삼 2가지의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냥 아이로 봤던 딸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자라고 있구나‘ 하는 기특함, 그리고 ‘역시 진심을 담은 PPT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아주 강력한 도구‘라는 점을 말이죠.

서영석 프로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인간미와 술자리를 사랑하는 16년차 직장인. 어려서부터 글쓰기와 말하기를 좋아했지만, 그걸로 계속 먹고 살 줄은 몰랐던 born to be communicator. 디지털이란 바다에서 항해와 표류를 반복하며 대륙을 찾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