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이어리] #3. 워킹맘이 오늘을 사는 방법 – LG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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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3. 워킹맘이 오늘을 사는 방법

작성일2016-09-21 오전 10:40


“첫째가 열이 나서 2~3일이 지나면 둘째가 바로 열이 나요. 그렇게 첫째, 둘째 병간호하다 보면 거의 일주일 동안 푹 자본 기억이 없어요. 문제는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거죠. 에휴~”

후배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후배의 얼굴엔 지난밤 잠을 자지 못해서 다크서클이 검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워 커피 한잔을 하자고 했습니다. 후배는 둘째를 낳고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큰 아이와 터울이 3살이었고, 둘째가 겨우 돌을 지났으니 그녀의 생활이 어떨지 보지 않아도 고달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후배는 저보고 어떻게 아이 둘을 키우면서 회사생활을 이제껏 유지해 왔느냐고,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냥 웃었지요. 저라고 해서 쉬웠겠습니까. 아이들이 5살, 7살인 지금이라고 해서 제가 편해졌을까요?

워킹맘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엄마 역할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6~7년차면 일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은 매번 새롭고, 매번 상황이 다르니 말이죠. 거기에 일이라는 직업이 더해진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을 때도 있습니다.


일이 정신 없이 치여서 지내다가 아이 유치원 준비물을 못 챙기거나, 혹은 현장학습 가는 날에 김밥이나 간식을 빼먹고 보내는 에피소드를 한번씩은 겪곤 하죠. 그것도 유치원 선생님이 알려줘서 그때서야 알아채는 허술한 엄마입니다.

“어머님, OO이가 오늘 간식을 안 가져와서 친구들이 나눠줘서 먹었어요~”

아,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아이가 크면 클수록, 아이가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은 다양하며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 체력과 기억력은 점점 떨어지는데 회사일과 육아는 점점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니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인과 엄마 사이

언젠가 상사한테 깨지고, 이슈 때문에 고객과 몇 시간 동안 협의를 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다사다난하게 보낸 뒤 늦은 퇴근을 했습니다. 그런 날은 집으로 가는 길도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냥 집에 가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다 잊고 싶죠.


그런데 현관문을 들어서 내가 맞이한 현실은 새로운 엄마 ‘To do list’입니다. 널브러져 있는 집안일들과 하루 종일 뛰어 놀고 미처 씻지 못해 땀 범벅이 된 아이들…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육아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가 퇴근 후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했는지… 내 한 몸 가누기도 힘든데 말이죠. 애착을 위해서 퇴근 후에 무조건 안아주라는데, 현실을 맞이한 나의 몸은 일단 먼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결국 그런 날은 아이들에게 빨리 씻으라고 닦달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결국은 폭발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고, 아이들의 하루는 울음으로 끝을 맺죠. 아이들이 울면서 잠든 날,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또 자책을 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좀 더 참을 걸…’

아이들도 압니다. 자기들이 잘못해서 혼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기분이 좋지 않아서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의 엄마는 화를 내고 있으니까요.


이쯤에서 이제는 자존감도 바닥입니다. 회사 일도 제대로 못해내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도 아니면서 바쁘기만 한 일상에 지쳐가는 것이죠. 후배가 말하는 대단해 보인다는 것은 나의 반 쪽짜리 모습입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견딜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이 있다고 합니다. 워킹맘은 그 에너지를 일과 육아에 나누어 써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직원을 고용한 것이지 엄마를 고용한 것은 아니므로 결국 일을 하다 보면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조직 내에서 살아남고 버티기가 가능하니까요.

워킹맘, 정말 힘들기만 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워킹맘의 삶이 고달프기만 한 것 같습니다. 워킹맘의 이야기를 우연히 미혼 여직원이 듣게 되면, 다들 결혼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럼, 우리 워킹맘들은 이야기해주죠.

“못할 것 같지?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어떻게 보면 허무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가장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앞날은 누구나 모릅니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종종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망각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우리는 오늘, 현재를 살아갈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 충분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인간인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워킹맘이 되겠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아이가 없는 내 삶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분명 아이 때문에 힘든 일과 고통스러운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 때문에 더 많이 웃고,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나의 일이 있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으니까요. 아이도 언젠가부터 회사에 다니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을 더 잘하고 싶고, 욕심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워킹맘이 오늘을 사는 방법

오늘 아이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오늘 아이의 준비물 챙겨주는 것을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크게 보자면 우리가 겪는 이 모든 것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여정 속의 소소한 이벤트일 뿐… 그 속에 내가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있고, 일이 있는 것입니다.


이벤트 하나 넘기고 나면 그 다음 순간에는 아이를 보고 웃고 있을 수도 있고, 또 하나 넘기도 나면 내일은 또 다른 날이 펼쳐질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지금 바로, 현재에 집중하자고 다짐합니다. 지금 고비만 넘기고 나면 또 괜찮아질 테니까요. 현장학습과 숙제를 몇 번 빼먹자 이제 아이가 알아챈 것 같습니다.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을요.

“엄마 내일 OOO간다고 선생님이 간식 꼭 싸오랬어. 준비해야 해. 알겠지?”
“엄마 가방에 수저는 챙겼어?”

어떤가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루이지만, 우리는 분명히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알려줍니다. 우리 이만큼 변화했다고, 이만큼 달라졌다고 말이죠.

이혜선 프로필

LG CNS에서 솔루션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불량엄마를 자칭하면서 직장일과 육아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살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하루를 살아내는 마법의 힘을 얻고는 합니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워킹맘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