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의 선셋라이프] #6 가족의 갈등, 서로 다른 우리 – LG그룹 공식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김강민의 선셋라이프] #6 가족의 갈등, 서로 다른 우리

작성일2016-10-05 오후 4:10

아들 셋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선셋라이프’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떠올리면 가슴 뭉클하지만 계속 뭉클하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한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바로가족’입니다.

가족. 일종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너무나 밀접한 모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가 변하기도 하는 모임. 이런 모임이 언제나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을까요? 혹시 그렇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저에게는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게 ‘가족’인 것 같습니다.

결혼한 지 십 수년, 아들 셋과 함께한 지도 어느덧 4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지지고 볶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또는 사는 게 원래 이런 것이라고 단정짓고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의문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깊은 고민의 계기가 된 또 하나의 질문.

“우리, 행복한 건가?”

shutterstock_132554561

“지지고 볶다”라는 말

이 말의 뜻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더군요.

‘사람을 들볶아서 몹시 부대끼게 하다.’

그렇군요. 그래서 이렇게 힘든 거군요. 아들 셋이서 결승점이 없는 계주라도 하듯 번갈아 들볶아대니 매일 매일이 부대낌의 연속일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런 뜻도 있다고 하네요.

‘희로애락을 서로 나누며 한데 어우러져 요란하게 살아가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지고 볶고 살고 계신가요? 저는 이상은 후자, 현실은 전자인 것 같습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중에서 유독 노여움(怒)의 비중이 큰 것 같고, 어우러지긴 하는데 유독 요란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노여움과 요란함의 이유

shutterstock_285598814

왜 그런 걸까요? 실컷 기쁘고 즐겁게 지내면서, 가끔 화내고 슬픈 일에 눈물 흘리면서 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이런 생각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고 지내는 날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이유. 거듭 생각해 보다 보니, 무슨 대단한 문제가 있는 것보다는 달라서 그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성향과 기질’의 차이처럼 말이죠.

 •  성향 : 성질에 따른 경향
 기질 :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

정확한 의미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성향과 기질에 차이가 있으면 같은 상황을 두고 느끼는 감정이나 대처하는 마음가짐, 방법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런 차이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각자가 살아가는 방법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우리들의 다른 점

우리 가족 중 아빠, 엄마, 아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1순위로 꼽는 것을 랜덤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 / 해야 할 일 / 사이 좋게 지내는 것. 각각 누구의 1순위일지 짝 지어 보시겠어요?

① 하고 싶은 것이 먼저인 아들

tip101b13060902

아이는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공부 보다는 더 재미나는 것들이 많고, 그것들을 하루 종일 너무너무 하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거겠지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참고 있을 뿐이지. 가끔은 ‘아 몰랑’ 하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 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 아들은 하고 싶은 것을 넘어 몰입하고 있는 것이 항상 하나씩 있습니다. 시쳇말로 항상 무언가에는 꽂혀 있다는 말이지요. 이 꽂힘의 역사는 파워레인x로 시작되었고 고무 딱지, 터닝메카x, 마인크래프x 등 부모가 봤을 때는 ‘그게 그렇게 좋은가?’ 싶을 정도로 몰입과 수집을 하곤 합니다. 아들의 신경과 관심은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고, 다른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은 꽂힌 것을 향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가 말해 줄 때까지는 해야 할 일이 잘 떠오르지 않고, 말을 해줘도 선뜻 시작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사람이 무언가에 꽂혀 있을 때 누군가 다른 일을 시키면 하기 싫고 짜증이 나고 그렇잖아요?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그 누군가에 해당하는 엄마가 매일매일 이렇게 외부 자극의 역할을 하고 있고, 아들은 자극의 반대 방향을 향해 있다는 것. 그래서 할 일이 미뤄지고 미뤄져 쌓여가는 현상이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일요일이 되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아들의 할 일을 두고 몇 차례 폭발이 일어나지요.

②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길 바라는 엄마

tip034b14010201

엄마는 늘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가 준비물을 빠트려서 혼자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을지,
숙제를 잊어버리고 안 해서 야단 맞지는 않는지,
받아쓰기 준비를 안 해서 많이 틀리는 건 아닌지,
군것질을 많이 해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안 씻어서 쉰 옥수수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남들 다 하는 공부 안 해서 나중에 힘들어 하지는 않을지…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도 일이 끝도 없는데, 이런저런 걱정거리 해결에 아이들 해야 할 일까지 다 챙기려니 감당하기가 쉽지 않지요.

아들은 할 일은 안중에 없고 시간은 점점 흘러갈수록 엄마의 불안감은 쌓여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오늘의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할 일은 다 했어?”

shutterstock_280359185

꽂힘의 대상에 몰입해 있던 아이는 적잖이 당황하고, 할 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엄마는 남보다도 낯선 사람이 되어 입에서 불을 뿜습니다. 매일 반복되어도 매일 처음인 것 같은 이 상황. 항상 똑같은 패턴인데도 눈곱만큼도 개선되지 않는 이 현실.

③ 사이 좋게 지내길 바라는 아빠

tip101b13120671

아빠는 평화를 바랍니다.

칼퇴를 하고 서둘러 집에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아들 둘은 달려 나오는데 한 명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익숙한 이 긴장감. 웬만큼 지지고 볶아서는 연출할 수 없는 분위기. 엄마는 도깨비 눈, 아들은 대역죄인의 어깨를 하고 있습니다. 믿기 싫은 마음에 정적을 깨는 질문을 던집니다.

“또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별 거 아닌 할 일 알아서 좀 하고, 엄마는 할 때까지 좀 기다려 주면 되는 거 아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야 하길래 이렇게 매일 같이 지지고 볶는 건지.

아빠가 가담하면서, 이제는 매일처럼 반복되는 이 갈등의 상황을 두고 3파전이 시작됩니다. 엄마와 아들의 싸움이 싫은 아빠는 평화를 갈구하면서도, ‘왜 싸웠는가’를 주제로 한 새로운 싸움판을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

shutterstock_268477379

노력해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성향, 기질.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갈등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애써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매일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부딪히고,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건 분명 소모적인 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어떤 강력한 방법을 취해서라도 이 상황을 바꾸고 싶어서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상황은 대단한 게 아닌,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이 유지되는 것 정도인 것 같습니다.

실컷 기쁘고 즐겁게 지내면서, 가끔 화내고 슬픈 일에 눈물 흘리면서 사는 것. 그것만한 행복한 것이 있을까 싶어요.

행복을 위한 약속

생각해 보면, 아들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착과 몰입도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가끔 너무 집착한다 싶을 때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요.

‘초등학생이 실컷 놀다 보면 숙제 못할 수도 있지.’
‘실컷 놀다가 숙제는 밤 늦게 할 수도 있잖아.’
‘공부는 나중에 내킬 때 바짝 해서 쫓아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어릴 때부터 바쁘고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원망해 보기도 합니다.

아무튼, 끝이 없을 것 같던 지지고 볶음이 절정에 달하고, 이제는 우리의 상황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약속을 했습니다. 아들에게는 자율적으로 일과를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엄마와 아빠는 기다리고 지켜봐 주기로. 그리고 노력하다 힘들어 하면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혼자서 잘 안되더라도, 스스로 실패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주어 보자고 했습니다.

tip101b13120627

‘꼭 해야 하는 거구나.’
‘하면 좋구나.’
‘이러면 안되겠구나.’

자신의 할 일에 대한 필요성, 애착, 재미를 느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지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지지고 볶음의 관성은 아직 남아 있어서 가끔씩 위태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이제는 모두의 마음 속에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이 새겨진 것 같습니다.

“이러면 행복한 건가?”

실컷 기쁘고 즐겁게 지내면서, 가끔 화내고 슬픈 일에 눈물 흘리면서 살기 위한 노력을 하루하루 더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김강민 프로필

컨설턴트로서 LG그룹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G의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 에너지 관련 기술 트렌드를 주요 테마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