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낯선 서울] #2. 문화촌, 이야기가 흐르는 동네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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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낯선 서울] #2. 문화촌, 이야기가 흐르는 동네

작성일2014-06-03

안녕하세요, LG블로거 서동윤입니다.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60~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동네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께 전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문화촌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문인과 예술인뿐만 아니라 저의 개인적인 추억도 함께 담겨 있는 문화촌으로 저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문화촌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동네를 다시 찾다

문화촌은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마을 이름입니다. 홍제동에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촌이 만들어진 것은 1957년의 일이었는데요. 이곳 문화촌에는 당시 유명했던 문인과 연극인, 출판인들 40여 명이 입주했다고 합니다. 당대 명성을 떨쳤던 시인 김관식, 김상억, 아동문학가 박화목, 석용원, 화가 성기대, 배우 장민호, 조항, 연출가 박진, 극작가 이해랑, 이진섭, 아나운서 백동주 등이 문화촌에 입주한 예술인들이었습니다.

문화촌 사진

위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찾은 문화촌에 관한 글을 정리해 본 것인데요, 예술인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도 문화촌에 관한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했던 이모님이 문화촌에 당시 사셨기 때문이죠. 아주 어렸던 일곱 여덟 살 때지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모님을 뵈러 문화촌에 갈 때면 매우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촌은 이모님과 함께 떠오르는, 제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정겨운 동네입니다.

동네 옆에는 개천이 졸졸 흐르고, 뒤에는 아늑한 산이 있는 삼각지붕 기와집의 이모네가 사시던 추억 속 그 동네, 문화촌을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문화촌 기와집

문화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동네 이름과 꼭 어울리는 문화문고라는 책방이 있고, 서울간호대학이라는 아담한 대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화문고

은행나무 가로수를 따라 걸으며 ‘이 근처가 이모님이 사셨던 동네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예쁜 놀이터를 지나 서울간호대학 뒤쪽으로 가보니 삼각지붕의 아담한 단층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문화예술인들이 살던 국민주택은 이 동네 어디쯤에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문화촌 골목

‘여기가 문화예술인들이 살던 곳일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며 돌아다니다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아담한 군락(?)을 또 발견했습니다. 대문 틈 사이로, 담 너머로, 동네 계단 위에서 얼핏 집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집집마다 마당으로 통하는 마루 미닫이문이 가지런히 서있었고, 마루 아래에는 평상이 고즈넉하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마당에서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배추와 무, 상추 사이로 누렁이가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 폭의 풍경화 같았습니다. 마치 이 집에서 살던 한 문인이 처마 밑 평상에서 글을 쓰다가 잠시 차를 마시며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문화촌 내 집 사진

문화촌 처마

문화촌의 이야기를 묻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니 속이 출출해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할머니가 하시는 떡볶이 집이 보여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떡볶이 한 그릇을 주문한 뒤, 주인장 할머니께 동네에 관해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 저기 저 동네가 문화촌인가요?”
“저기나 여긴 홍은동이고, 앞에 개천 밖으로 있는 동네가 문화촌이야.
왜 문화촌이라고 불리는지는 나도 몰러.”

출출한 속을 채운 뒤, 다시 동네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이 동네가 왜 문화촌으로 불리는지 물어 봤지만 대부분의 동네 사람들이 그 연유는 몰랐습니다. 동네 분들에게 이곳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아쉬웠습니다. 분명 사연이 많은 동네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문화 주차장

아직 남아있는 60, 70년대의 집들이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아직 개발에 소외된 집들로 봐야 할지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타 동네하고는 다른 이름, 남다른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에 특별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화촌에만 있는 숨겨진 이야기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듭니다.

문화촌 모습

문화촌 풍경

‘여기가 보리밭의 작사자이자, 시인 겸 아동문학가였던 박화목 작가가 살았던 곳이구나.’,
‘여기는 연극인 이해랑 씨와 장민호 씨가 살았고,
또 세검정에 살았던 시인 김관식은 이곳에서 동료 문인들과 술을 자주 마셨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면, 문화촌이 이야기와 볼거리가 있는 서울의 또 다른 명소가 되지 않을까요? 이런 사소하지만 소중한 관심들이 모여 사연과 추억을 쌓아간다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욱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동네가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화촌 이야기

담벼락 사진

문화촌 나무

행복을 주는 문화의 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 바로 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한가한 소리를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화는 여유를 낳고, 여유는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시절에 백범 김구 선생께서도 문화의 힘을 말씀하셨습니다. 남을 딛고 올라서는 강함이 아니라 남에게 행복을 주는 문화의 힘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며 문화촌이 앞으로도 소중한 추억을 잘 간직한 동네로 남아있길 바래봅니다.

문화의 힘을 간직한 마을

 

서동윤 프로필

1991년부터 광고 생활을 시작한 연차 많은 광고쟁이입니다. 현재 TV 광고 제작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희로애락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노련하지 못한 40대이지만 순수함과 작은 사랑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40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