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낯선 서울] #3. 10년 전 기자촌의 풍경 속으로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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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낯선 서울] #3. 10년 전 기자촌의 풍경 속으로

작성일2014-06-30

안녕하세요, LG블로거 서동윤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저의 개인적인 추억도 함께 담겨 있는 동네, 바로 기자촌입니다. 기자촌은 1969년에 기자들을 위한 동네로 조성되어 ‘기자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10년 전, 이 동네를 걸어다니며 추억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과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께 살짝 공개하려 합니다. 그럼 저와 함께 10년 전의 기자촌으로 떠나보실까요?

유년시절의 기억에 남은 기자촌

어린 시절의 기억 중 별것도 아닌데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들이 있지 않나요? 제가 기자촌을 기억하는 것도 그런 기억 중 하나입니다. 그 동네에서 산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제가 살아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기자촌에 관한 제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녁 무렵, 그 근처를 지나다가 ‘북한산 기슭에 참 예쁜 동네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석양에 비친 집들이 어린 마음에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자촌이란 동네 이름도 특이하게 느껴져 기억에 남았던 것 같고요.

기자촌 풍경

등산에 취미가 붙은 후로 북한산에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산은 올라가는 출입구가 많은 편인데요, 기자촌을 통해 북한산을 오르는 경로를 이 날 택했습니다. 기자촌에서부터 북한산을 오르려면 기자촌 동네를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어린 시절, 지나가며 겉으로만 봤던 기자촌. 그 동네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보니 왜 그 동네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 겉모습만 보고 동네 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기억에 남아 있던 건 아닐까? ‘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며 북한산에 오르려 했던 맘을 어느새 접고, 설레는 기분으로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산 출입구

10년 전 기자촌의 풍경 속으로

70년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전형적인 삼각 지붕의 집들,
이끼 낀 화강암 축대 끝에 계단으로 올라가야 있는 원색 철제대문,
그 대문에 붙어있는 사자 문고리와 福자 문고리,
구멍이 3개 뚫린 시멘트 블록을 얹힌 담벼락… ….

10년 전 기자촌

담벼락에 찰싹 붙어 있는 담쟁이넝쿨과 그 담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 대추나무,
아직 설익은 감을 서리하려는 아이들, 부잣집 담벼락 위로 솟은 쇠창살,
동네를 가로지르는 돌계단… ….

담벼락과 돌계단

동네 이곳저곳을 찬찬히 둘러보는 동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담벼락 밑에서는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하며 아이들이 노닐고, 높은 축대 밑 펼쳐진 난쟁이 파라솔 안에서는 뽑기와 달고나를 먹으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이런 풍경들을 떠올리니 왠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뜨끈하게 벅차 올랐습니다. 아마도 이곳, 기자촌의 모습이 제 어린 시절의 풍경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기자촌 구석구석

그런 묘한 마음을 안고 동네를 내려오다가 기자촌 출입구에 걸린 현수막을 봤습니다.

‘아파트 숲보다 아름다운 북한산 숲에서 이대로 살고 싶습니다.’

여기도 은평구 재개발의 한 구역인 듯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경복궁 민속박물관 안에는 70년대 동네의 모습을 전시용으로 만들어 놨던데… ….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만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아닐
텐데… …. 달동네를 허물어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

기자촌 현수막

물론 여러 사람의 말을 수렴해서 재개발 정책을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회동, 재동의 한옥마을처럼 기자촌도 본래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옥집도 우리의 전통이지만 70년대 보통 사람들이 살던 빨간 기와, 삼각지붕 단층집 역시 우리에게 친근한 전통이고 문화이자 아련한 추억이지 않을까요?

추억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따뜻함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기자촌을 내려왔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따라 하늘은 참 무심하게도 유난히 파랬습니다.

추억의 기자촌

위 사진과 글은 10년 전에 기자촌을 다녀와서 찍고 쓴 것입니다. 이제는 사라진 동네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옛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나마 오래 남아있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기자촌에는 아파트와 공원이 들어서 있습니다. 교통표지판과 전봇대에 걸린 길 안내표만이 여기가 기자촌이라고 쓸쓸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10년 전 그때도 기자촌이 헐리는 것을 아쉬워했던 것처럼 동네가 모두 헐린 지금은 더욱 아쉬운 마음입니다.

현재 기자촌 모습

서동윤 프로필

1991년부터 광고 생활을 시작한 연차 많은 광고쟁이입니다. 현재 TV 광고 제작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희로애락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노련하지 못한 40대이지만 순수함과 작은 사랑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40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