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남자] #6. 육아휴직 복직, 그리고 그 후 – LG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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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남자] #6. 육아휴직 복직, 그리고 그 후

작성일2019-07-17

육아하는 남자

1, 길지 않더라

벌써 복직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의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1년의 세월은 언제 그랬냐는 듯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긴 했지만, 더 알차게 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처음 육아휴직을 할 때 3살이었던 아들 2호도 4살이 되었고 제법 갓난아기 티를 벗었다. 말도 꽤 늘었고 의사 표현도 충분히 잘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회사에 돌아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갓난 아기 티를 벗은 아들 1호와 2호의 모습이다.

기다리던 복직이 막상 앞에 놓이자 이상하게도 두 가지 마음이 생겼다. 힘들지만 차라리 계속 아이들을 돌본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과 어서 회사로 돌아가서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살롱 드 서초에서 아들 둘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실 평일의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평일 낮에 맞이하는 서울의 모습은 내가 알던 서울의 모습과 너무 달랐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주말과는 매우 달랐다. 더 솔직히 말하면 평일의 삶이 5배 정도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부부가 전력을 다해 직장에서 일하고 난 뒤 가정에 돌아와서 또 그런 소모를 온전히 감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복직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였다.

아들들과 함께 농구장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복직을 결심하다

결국 결론은 복직이었다. 일단 내가 육아휴직의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 돌아가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육아휴직 후 이직이나 퇴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항간의 말에,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육아휴직 후에도 회사에 기여하고 성과를 내면 좋은 선례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 도전해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작은 시작이 회사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회사에서 마시던 커피 한 잔이 그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시 코딩할 수 있을까?

휴직기간 동안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가끔 기술 세미나 같은 곳에 가기도 했었다. 그래도 SW 개발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가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되었다. 처음 육아휴직을 했을 때는 육아와 자기개발을 병행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복직 후 다시 코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오랜만에 출근하고 키보드를 두드려 보니 묘하게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막상 일이 주어지면 본능처럼 업무를 수행하게 되더라. 다행히도 1년이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그 후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일상에 익숙했던 아이들도 환경이 변하니 곧잘 적응한다. 아빠의 복직에 한없이 아쉬워할 것 같던 녀석들은, 복직하고 번 돈으로 산 장난감을 내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뻐한다. 놀라울 정도로 변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아빠가 없어도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며 잘 지내고 있다.

아이들을 돌봐 주실 선생님도 구하게 되었는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봄서비스(www.idolbom.go.kr)를 통해 좋은 선생님을 구했고, 덕분에 한시름 놓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감사하게도 힘든 아들 둘을 사랑으로 잘 돌봐 주고 계신다.

아이들은 직접 쓴 손편지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고마워요", "할머니 메리크리스마스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적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직접 쓴 편지

육아휴직을 고민 중인 아빠들에게

만약 아직도 나와 비슷한 처지로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육아휴직이 무슨 도전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든 남자든 많은 Risk를 감내해야 하는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처럼 도전만큼 얻는 것도 많다. 아이들과의 관계 그리고 아내와의 신뢰, 인생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과 새로운 기회의 발견 등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1년의 시간이 절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저 평범한 나같은 연구원 아빠도 잘 감당했기에 다른 누구라도 나보다 그 이상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육아휴직은 우리의 권리이며, 가족에게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많은 아빠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찬훈 프로필

사진 찍는 SW Engineer. LG전자 뉴비지니스센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신사업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현업에 복귀하여 감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그러한 꿈을 LG와 함께 꾸고 있습니다.